유영철 변호를 맡은 차형근 변호사 특강

 

살인은 ‘추억’이 아니라 우리의 피부 가까이 있었다. ‘신촌’을 주무대로 21명의 부유층 노인과 여성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신촌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 담았으나 그보다 더 놀란 토끼눈을 치켜 뜬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아래 협의회) 사무총장 차형근 변호사다. 15년 동안 사형수들을 위해 무료변론을 하고 사형제도폐지운동을 앞장서서 펼쳐왔기에, 그에게 있어서 이번 사건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런 흉악범은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15년 동안의 운동이 허사가 될 위기에 처한 차변호사가 사형폐지를 위해 유영철을 직접 변호하기로 나섰다. 법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14일 저녁 6시 30분, 차변호사를 광복관 강의실로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국가는 제도적인 살인을 자행하면서 국민에게는 살인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골초 아빠가 자기 아들보고는 담배 피우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강연 중 다소 감정적이지만 사형폐지를 위해 도발적인 물음표를 던진 차변호사. 이번 강연은 호기심 있는 주제로 학생들의 궁금증이 많았던 만큼 학생들의 질문과 차변호사의 답변을 중심으로 강연회가 진행됐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흉악범을 몇 십년 동안 먹여 살려야 하나?” 이 같은 질문에 차변호사는 “종신형을 받은 죄수도 노역의 의무가 있다”고 설명하며, “미국의 한 학자가 연구한 결과를 보면, 죄수가 먹고 자고 입는 데 쓰이는 비용보다 노역해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더 큰 것으로 나왔다”며 미국에서 있었던 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살리는 게 국민 세금을 헛되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유영철을 죽이는 것이 유족의 한을 푸는 게 아니라, 그를 회개시켜 죽을 때까지 땅을 치며 후회하고 통곡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응보”라며 차변호사는 응보론에 대해서도 일축해 버린다. 이어서 그는 유영철이 한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라 소개하면서 “제2, 제3의 유영철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쇄살인범을 정밀 조사해 그 특징을 밝혀내고 있는 미국처럼 그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영철을 살려 연쇄살인범의 심리 등을 연구함으로써 다른 살인범을 조기검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죽기를 각오하고 살인죄를 저질렀고, 또한 살인자 스스로가 죽기를 원한다면 죽여주는 게 더 인도적이지 않나”는 질문에 그는 이를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초기에는 사형수 모두들 빨리 죽고 싶어 한다”며 “빨리 죽여 달라고 얘기하던 사형수들이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생명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보이며 심정상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어서 차변호사는 “유영철도 아직 2개월밖에 안됐기 때문에 자존심에 의한 투정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형수들이 많은데, 이를 말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형을 대신하는 제도로써 그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을 말한다. 그는 우선 죄수가 자연사할 때까지 투옥시키는 ‘절대적 종신형’과 일정기간을 살게 한 후 다시 가석방 심사를 해서 풀어주자는 ‘상대적 종신형’이 있음을 소개한다. 차변호사는 “현재 협의회에서는 평균연령을 고려해 남은 인생이라고 생각되는 기간의 3분의 2를 감옥에 살게 하고, 그때 다시 심사하자는 상대적 종신형을 주장한다”고 말했지만, “전략적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우선 도입한 후 상대적 종신형으로 개정하려 한다”고 사형제 폐지의 단계를 설명했다.

 

“유영철 사건을 최대한 오래 가져갈 것이며, 동시에 사형제 폐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고 말하는 차변호사. 질문이 멈추자 “학생들이 다 만족스러워 했다”며 웃는 얼굴로 강단을 내려왔지만, 그의 힘찬 걸음은 아쉽게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을 많이 남겨둔 듯 보였다. 

        

        /윤성훈 기자 saintange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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