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가 지령 1500호를 맞이했다. 국내 대학언론의 귀중한 금자탑이다. 이는 연세의 자랑이요, 연세 역사의 빛나는 전통이다. 1935년 연전타임즈 창간 이후 연세춘추는 활자 하나하나에 땀으로써 우리의 역사를 기록해왔다. 대학의 공기(公器)로서 연세공동체 내의 언로(言路) 소통구조에 중심에 서 있었으며 우리의 모습을 비쳐온 거울이었다. 우리는 연세춘추를 통해 끊임없는 발전과 성찰의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격랑의 한국현대사의 골곡마다 연세가 지녀야 할 시대정신을 연세춘추는 앞장 서서 제시하는 과업에 주저하지 않았다. 1500호의 발간이 지니는 의미는 지난 연세의 역사에서 연세춘추가 지녀왔던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연세 발전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려는 의지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령 1500호 이후 연세춘추가 나아가야 할 길이 순탄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 한국의 대학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학들마다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본분에 대해 깊은 자괴감에 사로잡혀 있다. 대학을 한낱 직업양성소로 전락시키려는 거대한 자본에 대해 대학은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압박당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행해지는 강의가 대학교육의 전부인 것으로 간주하는 왜곡된 인식이 만연하고 있다. 대학은 지식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그득 넘치는 학원이어야 한다. 치열한 진리탐구의 정신이 자유롭게 살아 숨쉬는 곳이 대학이어야 한다.

 

한세기가 훨씬 넘는 연세역사의 행로에서 면면히 이어져왔던 연세정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연세를 사랑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지금 제대로 행해지고 있는가? 이러한 위기의 좌표 속에서 그간 연세춘추는 연세구성원들을 연세 사랑의 정신으로 이어주려는 노력을 짐짓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파편화돼 있는 연세공동체를 방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심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점차 희미해져가는 연세정신을 연세춘추가 되살려낼 길은 없는지 1500호를 맞이해 되새겨봐야 한다.

 

구성원들의 규모가 커지고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대학 내 소통구조는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인쇄매체로서 지녀왔던 연세춘추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령 1500호를 맞이하는 연세춘추가 한낱 연세의 ‘추억’이 될지, 앞으로도 계속 연세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연세 언로 소통의 중심에 서 있을지는 오로지 자기혁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매체의 형식이 아니다. 대학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대학의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이 진정 대학답게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성의 거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독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연세 구성원들의 의견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연세춘추여야 한다.

 

대학이 길을 잃으면 사회전체가 길을 잃게 된다. 대학은 진리를 밝혀주는 횃불이기 때문이다. 연세춘추는 우리 연세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환히 비추는 등대로서 튼튼한 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청량한 비판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그 비판정신이 연세공동체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부터 비롯돼야 하는 것은 두말한 나위없다. 높이 나는 독수리가 멀리 볼 수 있다. 연세춘추는 독수리의 날카롭고도 지혜로운 눈이 돼 연세의 미래를 밝히는 길잡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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