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신촌 - '향음악사'를 찾아

신촌 거리를 걷다보면 온갖 소음 속에서도 유달리 귓가를 휘감는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작은 가게 앞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생기어린 노래들. 이는 여타 음반점들과는 다른 길을 고수하며 15년 동안 신촌 거리를 지켜온 향음악사가 선사하는 ‘향’기로운 음‘향’이다.

향음악사에 처음 발을 들이면 ‘좁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하지만 가게에 빼곡히 들어찬 음반들의 장르와 폭은 그 어느 곳보다 ‘넓다’. 향음악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음악을 선사하겠다는 신념을 지켜왔다. 향음악사의 소장 음반 목록을 살피면, 수입음반은 물론 외국 인디음반과 국내 인디음반까지 가득하다. 특히 국내 인디음반 중에서는 향음악사가 아니면 만나볼 수 없는 음반들도 많다. 지방에서 희귀음반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으며, 15년 간 변함없이 찾아오는 단골도 많다고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음반 판매에 나서는 등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음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향음악사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진원군(공학계열·1)은 “구하기 어려운 수입음반을 사거나, 중고음반도 찾아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나 뮤지션의 음반도 갖춰져 있어 좋다”고 말했다. 15년 간 신촌에서 수없이 많은 음반점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향음악사가 그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었던 건 이런 차이가 이끌어낸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향음악사의 사장 김건힐씨(39)는 잘 팔리는 음반이 아닌, 색깔있는 음반의 판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향음악사가 유독 특별한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다른 음반점들이 그 음반들의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천편일률적인 대중음악을 다루기보다 자신들만의 개성이 배어있는 음악을 접하는 일이 더 즐겁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향음악사는 홈페이지 새단장을 기념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음반을 제작, 고객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이 음반에는 향음악사와 지금껏 함께 해온 뮤지션들의 곡이 담겨 있으며, 이 음반을 통해 향음악사가 보듬어온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향음악사 사람들은 “음악사의 이름으로 앨범을 만드는 건 최초가 아니겠냐”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쉽게 듣고 잊어버리는 다운로드 음악보다 손수 구입한 음반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의 깊이를 더 진하게 한다”는 김씨의 말처럼 음반에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음악을 전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숨쉬고 있다. 음반을 팔기 이전에, 음반에 담긴 음악의 깊이와 가치에 귀를 기울이는 향음악사. 이 의미있는 고집은 이제 신촌의 작은 빛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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