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특집
<지역> 연세가 지역에게 보내는 편지, 『택리지』『신촌판 택리지』를 통해 바라본 신촌
  • 최욱 기자
  • 승인 2004.09.20 00:00
  • 호수 1500
  • 댓글 0

지방 학생들이라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앞으로 살 보금자리를 구하기 위해 신촌거리를 방황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새내기 시절 하숙집을 구할 때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섣불리 계약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박영민군(사회·4)의 말처럼 집 구하기는 갓 서울에 온 학생들에게 생소한 일이었고 그만큼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지방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9년 학생복지위원회(아래 학복위)는 『신촌판 택리지』(아래 『택리지』)를 기획하게 됐고 지난 2월 여섯번째 책이 나왔다.

『택리지』, 이렇게 만들어진다

『택리지』는 ‘하숙집·원룸·자취집·고시원 안내서’를 표방하며 1년에 한번 매년 2월에 발간되고 있다. 3천부 정도를 찍어내 새내기들에게 먼저 배포한 후, 남은 책은 일반 학생들도 접할 수 있게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앞에 놓아둔다. 학복위 위원장 임진국군(상경계열·4)은 “『택리지』는 하숙집이나 자취집을 ‘추천’하는 책이 아니라 단순히 ‘소개’하는 책”이라며, “우리가 직접 살아보지도 않고 추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책을 만들 때 소개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가치 중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군은 “특정한 하숙집 홍보로 전락한다면, 『택리지』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생들이 살만한 곳을 ‘소개’하는데 비중을 둔 『택리지』는 독자들이 원하는 집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이를 지역 및 거주 형태별로 분류해 놓았다. 또한 집 자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집을 구할 때 꼭 살펴봐야 할 젼, ‘전·월세 꼭 알아야 할 상식’ 등의 유용한 정보 역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학복위에서는 매년 전혀 새로운 책을 발간하지 않고 기존의 내용을 바탕으로 여기에 몇 가지 추가 사항을 덧붙여 『택리지』를 완성한다. 이미 책에 나왔던 집은 일일이 그 동안의 변동사항을 확인하고, 그 이외의 곳은 주택가에 자보를 붙여 새 집 주인들에게 접수를 받아 해마다 개정판을 내놓는다. 임군은 “책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학복위 사람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초기 『택리지』에는 집을 소개하는 란에 방 배치도가 자리해 집 구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집이 접수되면 처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직접 방문해 사진도 찍고 책에 싣게 될 여러 항목들을 조사한다. 이렇게 3~4명의 학생들이 겨울방학 중 한달 동안 신촌을 누비며 해마다 새로운 ‘신촌 지역 종합안내서’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나『택리지』는 단순히 학생들을 위한 안내서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택리지』는 하숙촌이 밀집돼 있는 신촌 지역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만들었기에, 이 책은 지역사회와 학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학복위 회원 이태희군(상경계열·4)의 말에서 이 책의 또 다른 역할은 발견된다. 학복위는 책에 실린 곳으로부터 어떠한 사례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학교 예산으로만 『택리지』를 발행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주민들이 『택리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문 근처에서 하숙집을 운영 중인 신선교씨(57)는 “따로 홍보하기 힘든 현실에 이러한 책을 만들어주는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택리지』를 살펴보면 신촌 지역 학생들의 거주 형태가 해마다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 발간된 두번째 책과 올해 나온 여섯번째 책을 비교해보면 몇 년 사이에 하숙집이 줄고 원룸이 늘어났음을 알게 된다. 이에 대해 신촌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박형인씨(47)는 “하숙집보다는 개인적인 공간을 원해 원룸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택리지』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택리지』가 책 형태로 1년에 한번만 발간되기 때문에 수시로 정보를 추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점의 해결을 위해 학복위는 지난 7월, 『택리지』홈페이지(http://bokji.yon-sei.ac.kr)를 개설했다. 이에 이군은 “책은 수량의 한계가 있고 업데이트를 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홈페이지에는 매물이 들어오는대로 사진과 함께 그에 대한 정보가 실려 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쉽게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 안에 ‘룸메이트 구하기’, ‘벼룩시장’ 등 다양한 게시판을 마련해 학생들 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홈페이지 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상태다.

『택리지』로 하나된 지역과 대학

신촌은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서강대, 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이 인접해 있기에 예전부터 하숙집 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또한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나 외국인 학생들이 혼자 사는 경우도 많다. 임군은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신촌에 거주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말로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부터 지역사회의 하숙·자취 문화의 변화까지 담아내는 『택리지』. 앞으로도 계속 『택리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연세’와 ‘신촌’을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최욱 기자  weezer512@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