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고연연합방송제'와 함께 한 연고제

혼자 걷는 길보다는 함께 걷는 길이 좋다. 혼자 뛰는 달리기보다는 경쟁자가 있는 경기에서 좋은 기록이 나온다. 오랫동안 동반자로, 경쟁자로 함께 한 우리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양교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붉은색의 차이만큼이나 각자 색깔은 강하지만, 시대를 같이 하는 젊은이로서의 고민과 단상은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삶의 한 조각이다. 연대생과 고대생이라는 이름으로 경계를 긋던 학생들은 ‘27회 고연연합방송제(아래 연합방송제)’를 통해 서로간의 교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 연고제의 한켠을 장식한 이번 연합방송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생생히 내보이는 장이었다. 이날, 우리대학교 교육방송국 「YBS」(Yonsei educational Broadcasting Station)는 ‘벽’을 주제로,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Korea University Broadcasting Station)는 ‘서울’을 주제로 각각 세 편씩 본 프로를 상영했다. 짧은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수많은 의미를 포착해낸 작품들에서 연고대인의 독특한 발상과 솔직한 목소리가 그대로 묻어났다.

깊이 있는 주제의식, 「YBS」

특히 「YBS」의 실험영화 「10분」은 그 착상과 영상 표현까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 작품은 “당신의 인생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한 여고생과 남학생의 10분간의 행동을 따라간다. 영상은 그 빠르기만큼이나 초조한 그들의 심리를 전달한다. 10분이라는 시간적인 ‘벽’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이들의 모습은 현실에 익숙해져 진정한 자신을 잊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게 했다. 두 번째 작품 「우리집」은 대학생 커플의 동거를 소재로 남성과 여성, 그리고 동거에 대한 사회적인 ‘벽’을 얘기한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추억을 팝니다」는 극장 간판을 그리는 아저씨와, 곡예단의 모습을 통해 ‘추억 속에서 사는 사람’이 넘어야만 하는 벽이 있음을 알린다. 이 세 작품은 우리 눈 앞에 자리한 ‘벽’을 보여주며 그 벽을 넘어서는 용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 「KUBS」

이어서 「KUBS」는 ‘서울’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서울의 일면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서울 사람들이 품은 꿈에 대한 얘기를 풀어냈다. 「apart-ment」라는 작품에선 ‘서울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관심이 없다’라는 가설의 증명을 위해, 여의도 한복판에 쓰러진 채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본다. ‘도움 준 사람 0명’이라는 결과를 통해 드러난 ‘서울’의 단면은 우리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회색빛으로만 느껴졌던 서울이 무지개빛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두 방송국의 색다른 시선과 솔직한 붓질은 오늘의 자화상을 그리는 중요한 재료가 돼 주었다. 「YBS」 실무국장 최달옹군(사체·2)은 “피상적으로만 그칠 수 있었던 연고대의 만남은 방송제를 통해 ‘차이’를 넘어 ‘공감’을 낳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수민양(고려대, 인문학부·1)은 “연합방송제를 보며 두 학교가 고민을 나누는 살가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대결구도에만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는 최군의 말처럼 더 큰 화합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스크린 위에 젊음의 무한한 가능성을 투사한 연합방송제. 우리가 함께 하는 꿈은 지금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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