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학과 내 활동 침체현상을 짚어보다

 

 “전공 수업에 들어가도 자신을 가르치는 교수와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2000년 광역학부제가 시행된 이후해 토론과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과 내의 학회 등이  대부분의 학과 내 학생들의 연결창구 역할을 하던 학과 학생회, 자신의 전공에 관련해 토론과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과 내의 학회 등이 대부분 소멸됐다. 전공학과 내 활동이 침체됨에 따라 교수와 학생, 선후배라는 관계가 무색해지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소속감이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공학과 활동 침체로 인한 문제

전공학과 비활성화가 초래하는 문제에 대해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이 다같이 입을 모았는데,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 단절 ▲복학생, 편입생의 적응 문제 ▲학회, 학술회 등을 통한 깊이 있는 공부 부족 등이 지적됐다.
전공학과 활동이 활발한 때는 교수와 학생 사이가 ‘내 학생, 우리 교수님’이라는 인식이 있어 교수는 학생을 이끌어주고, 학생은 교수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공학과에 상관없이 짜여진 반 위주로 활동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과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전공 교수를 더욱 어렵게 바라보게 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천문우주학과장 김용철 교수(이과대·천체물리)는 “학생들이 삶에 직접 부딪치면서 겪는 고민에 대해 자신을 지도하는 교수와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군대 등의 이유로 복학한 경우나 편입한 학생은 전공학과 생활 단위 속에 들어가기 더욱 힘들다. 이에 대해 오종현씨(천문우주·석사2학기)는 “복학하거나 편입한 학생들은 같은 학과 학생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면서도 다가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학회, 학술회 등의 활동을 통한 보다 깊이 있는 전공 공부가 힘든 점 역시 문제다. 이에 대해 불문학과장 문유찬 교수(문과대·불어학사)는 “학술회 등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깊이있는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지만 “모임을 추진하려해도 학생 참여가 미흡하다”며 아쉬워했다. “학생들은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 잘 모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권효중군(전기전자·2)의 말은 이러한 양태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광역학부제로 입학해 일년 후 전공을 배정받으면 같은 학과 학생이라도 서로 알기 어렵다”는 총학생회장 배진우군(수학·휴학)의 말처럼 제도적 차원에서 전공학과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열악한 환경과 대안부재의 현실

“학과 내에 무슨 활동들이 존재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얘기하는 김다은양(영문·2)의 말처럼 많은 학생들이 전공학과 내 활동에 대한 정보에서 괴리돼 있다. 물론, 활동 자체가 전무한 경우도 태반이다. 영문학과장 문경환 교수(문과대·언어학)는 “영문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과에서 현재 겪고 있는 문제”라며 사안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했다.
상대·경영대의 경우 소속 학과가 경제, 경영, 응용통계 세 가지로 한정돼 있어, 학과 학생회는 없어도 학과 내 학회 및 동아리가 존재하고, 본관 지하에 활동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문과대, 이과대, 공과대 등의 경우는 이 같은 여건이 열악하다. 문과대 학생회장 이희영양(교육·4)은 “예전에는 학과 학생회와 학과 내 학회가 존재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지금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한 뒤, “문과대에서는 사학과가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학과는 학과 학생회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유적답사를 통해 함께 공부하는 기회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학과 학생회장 강시중군(사학·3)은 “전체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은 30~40명 정도로 미미하며, 학과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전공학과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해 이양은 “학과장과 만나 2006학년도의 학생 모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오는 2005년까지 광역학부제가 확정된 상황에서 근시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자발적으로 일어선 천문우주학과

전공학과 내 활동이 전반적인 침체 상황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과 달리 움직이고 있는 학과가 있어 주목된다. 바로 천문우주학과(아래 천문학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자신이 속한 학과 활동을 활성화시킨 사례다. 지난 2002년 11월 천문학과에서는 천문 우주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학생들의 투표를 거쳐 천문학과 학생회를 설립했다.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초대 천문학과 학생회장이었던 오씨는 “3, 4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선후배 및 동기간의 교류를 통해 학과의 결집력을 강화해 줄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 학생들의 연결 통로가 되어줄 ‘학과 학생회’였다. 투표에 참여한 학생의 90% 찬성으로 설립된 학생회였지만, 설립 초기에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자금과 활동 공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은 천문학과 교수들이었다. 오씨는 “교수님들이 사비를 털어 학생회에 지원하고, 다양한 전공서적을 모아 놓은 문헌 정보실을 임시적인 천문학과 학생회실로 이용하도록 도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천문학과 학생회는 지난 2004년 1, 2월에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학운위)를 거쳐 정식으로 인정받으려 노력하기도 했다. 천문학과 학생회장 박인관군(천문우주·4)은 “단순히 인준 여부를 떠나 복학생, 편입생 등이 함께 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과의 모습을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으나, 아쉽게도 확운위 투표결과 문과대, 공과대 등 반 학생회의 반대로 부결됐다. 천문학과의 학과 학생회를 시작으로 학과 활동이 활발해질 경우 기존의 반학생회 활동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이는 전공학과 활동이 생겨날 경우 반 활동과 어떠한 역할 분담을 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여지를 남겼다.

전공학과 활동 활성화 필요해

정창영 총장은 세계 1백위권 대학이 되기 위해서 우리대학교를 연구 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 중심대학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각 학과의 전공 활동이 활성화돼 깊이있는 학문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오가는 것이다. 그러나 전공학과 활성화를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이 부족하고, 광역학부제로 인해 전공에 대한 소속감도 사라지고 있는 지금, 목표하는 바는 멀기만 하다.
학생회나 학과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 역시 이에 무관심하지만, 천문학과 이외에도 교육대 및 체육대가 자체적으로 학생회 설립 등의 학과를 활성화시킨 일련의 사례는 매우 긍정적이다. 반학생회와 학과 학생회의 정체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이제, 자신이 속한 전공학과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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