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98호 ‘대학 내 여성주의 언론’에 대해 취재하면서 여성주의 교지에 참여하고 있는 한 남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신문을 제작하면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 중에서 유독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깊은 한숨이 아직도 귓가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여성주의 교지에 활동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은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는 것과 같다”는 말로 자신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의 고민에도 나타나 있듯이 대학 내에 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대학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한 대학에서는 자보를 붙일 때도 새벽 일찍 붙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반감이 심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타인의 다른 생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우리는 평소 ‘다양한 사고를 해야 한다’, ‘남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로 관용에 대한 가르침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일상생활 속으로 돌아오면 ‘다름’을 별다른 생각 없이 배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보통 남성들과는 차별되는 시선으로 여성 문제를 대한다는 이유로 학내에서 배제당하는 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고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지 않는 ‘째째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대학사회에서나 기성사회에서 모두 남성성이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하는 여성주의자들에게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지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경청’해본 후, 비판을 할 것은 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는 자세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문화부 최욱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