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가 없이 텍스트만 남은 기사는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왜곡된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MBC 아나운서 손석희 겸임교수(사회대·저널리즘매스커뮤니케이션)가 지난 5월 있었던 특강에서 남긴 말이다.

 

한정된 지면을 꾸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실들 중 꼭 실어야 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며, 따라서 온전한 사실 전달을 위해서는 그 사실에 대한 전후관계 설명이 필수적이다. 지난 1495호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특강 기사를 맡은 나는 5월 27일 노대통령의 특강에 참석, 강연의 모든 내용을 수첩으로 옮겼다. 기사 작성이 끝난 후, 다른 일간지들은 특강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진 나는 여러 신문들의 기사를 찾았다. 직접 참석한 강연이었기에 나는 이날 과점하는 일부 일간지들의 횡포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컨텍스트는 사라지고 텍스트만 남은 기사들 투성이였다.

 

이날 노대통령은 “보수를 힘이 센 사람이 좀 마음대로 하자는 것”으로, “따뜻한 보수 및 합리적 보수도 결국은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이 이 이야기를 한 배경에는 ‘한국의 보수’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서도 유난히 오른쪽에 있는 나라, 북한과의 대치로 인해 좌파는 빨갱이로 몰려 매장당했던 대한민국임을 지적한 후, ‘보수 자체’가 아닌 그동안 있었던 ‘한국의 보수’를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과점하는 일간지들은 전후문맥을 제거, ‘진보·보수를 선악 개념으로 구분하는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 우려스럽다’며 노대통령이 ‘보수 자체’를 폄하한 것처럼 표현했다. 물론 내가 강연 중 있었던 노대통령의 발언을 나도 모르게 호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텍스트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만큼 유혹이 강하기에, ‘컨텍스트가 제거된 텍스트’는 그 자체로 거짓인 것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다. 컨텍스트를 제거시켜 진정한 사실을 왜곡시킨 기자는 이미 ‘기자’가 아닌 것이다.

 

/ 학술부 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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