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정부는 99년에 이어 다시한번 국민연금법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명목은 2047년 고갈되는 재정상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급여율을 60%에서 다시 50%로 10%p 낮추는 한편 보험료율은 9%에서 2030년까지 15.9%까지 높인다는 것과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로 하는 내용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및 연금학자의 절반은 정부의 개정안에 드세게 반발하고 있다. 왜냐면 이 안의 급여율 및 보험료율에 대한 조정은 오로지 재정안정만을 우선적 기준으로 삼아 연금제도의 또 하나의 기준인 ‘급여의 적절성’이란 측면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노후의 적절한 소득보장을 위한 ‘급여의 적절성’ 기준은 연금제도를 만든 본래의 목적에 가장 충실한 기준이다. 이제 또 다시 10%p 급여율을 삭감한다면 평균가입기간이 실제로는 22년정도인 현실에서 소득대체율은 50%가 아니라 약 30%에 불과함으로써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의 안전판 구실을 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현재 자영업자 가운데 450만명 정도가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납부유예자’로서 존재하는 사실은 연금제도가 ‘반쪽 연금’으로 전락하고 있음은 물론, 현재 납부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 대규모의 빈곤노인이 상존하게 된다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연금제도는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함께 급여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의 하나이며, 이를 위해서는 빈곤계층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 및 가입기간인정제(credit)의 도입이 가능해 져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고려요인인 재정안정화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보험료의 인상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은 연금에 대한 국민신뢰가 전제되고 있으며, 향후 몇 년의 시간에 걸친 전면적 노력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일부의 주장처럼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제의 도입으로 모든 이들에게 최소한의 연금수준을 재정에 의해 보장해주는 방식도 혁신적인 방안으로 인정할 수 있으나 실행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다.

 

기금의 운용에 대한 정부의 접근도 안이하기 짝이 없다. 2004년 상반기 현재 120조에 육박한 연금기금은 날로 늘어나 2020년대에는 600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연금기금의 국가경제 및 연금제도 자체에의 심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탄생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상설위원회의 위상을 금융전문가의 모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입자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할 연금기금운용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있어 1999년 개정법에 비해 퇴행적이라 비난받는다. 또한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두어 기금운용과 위원장 선출 등의 기능을 정부가 독식하는 ‘관캄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정부내의 57개 연기금의 주식투자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 데에서도 이 욕망은 연장되고 있다.

 

마땅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운용본부를 상시감독하며 연금기금의 투자정책을 관리하는 사회적 합의 성격의 상설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결코 현재 국민연금이 처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진지한 해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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