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레드컴플렉스, 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원인이다"

 

▲이제 연고전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파란 물결과 빨간 물결이 넘실대는 잠실 주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고밟꿈」을 한껏 소리 높여 부르며 고려대를 제압하겠다는 연세인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오늘 아침 후배가 길거리에서 친구와 운동화를 바꿔 신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 이유를 물었다. 이유인즉 친구가 응원단원인데 운동화의 빨간 무늬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연고전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유난히도 빨간색에 민감해지곤 한다. 문득 ‘레드 컴플렉스’란 말이 떠올랐다. 빨간색에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모습이 우리사회의 ‘레드 컴플렉스’와 너무나 닮아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때 “김일성보다 더한 놈”이라는 말 한마디로도 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설마 그런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선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배경음악으로 북한의 혁명가 「적기갯를 사용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7일 술에 취해 “김일성 만세”를 외친 40대 정모씨가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요즘 정치계에선 국가보안법 존폐 여부를 두고 열띤 공방이 한창이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은 또다시 ‘대통령 탄핵’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까지 이르렀다. 세월이 흘러도 역사의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듯이 화합의 시대에도 ‘레드 컴플렉스’는 우리의 의식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나라와 나라 간에 사회적, 경제적 통합을 이뤄가고 있는 시점에서 타인에 대한 배타적 자세로는 시대에 뒤쳐져 갈 수밖에 없다.


▲연세사회 내의 ‘레드 컴플렉스’와 우리 사회의 ‘레드 컴플렉스’. 분명 이 둘은 판이한 것들이지만 타인에 대한, 특히 타 집단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 이 둘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큰 흐름에 합류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지금,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계와 배척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냐 아니면 존속이냐’는 논쟁이 국가적 관심사인 것처럼 ‘연고전의 승리냐 패배냐’의 문제는 연세인에게 있어 최대의 관심사다. 하지만 이번 연고제는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민족 통일 해방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양교의 민족적 정기를 모아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 문제 역시 배타적 자세를 경계하고 새로운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해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써 이념적인 공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진정한 국가 안정과 국민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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