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노조운동을 통해 본 기존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적 검토

 

성람재단 투쟁을 주도해온 ‘장애인인권회복·성람비리재단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에바다학교 권오일 교감은 사회복지시설 전반에 만연한 문제점에 대해 “복지시설 부실 문제는 이미 일상화됐으며, 특히 장애인 시설의 비리는 필연적으로 인권침해가 뒤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복지시설 중 상당수가 지원금 착복, 피보호자 학대 등 심각한 폐단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이 만연된 복지시설 부실문제의 첫번째 원인은 복지재단 운영자들의 잘못된 관념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복지사업은 본질적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일인데도, 복지사업가들이 수익을 추구해 각종 비리와 인권침해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교감은 “일부 복지사업가들은 돈에만 관심이 있어 장애인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성람재단의 예를 살펴보면, 문혜요양원과 은혜요양원은 위탁경영되는 시설이어서 매년 1백억원대의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재단 측이 이를 유용·횡령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착복의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피보호자들의 인권 문제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또 사회복지재단 산하에 있는 영리시설의 경우 복지시설 운영을 돕기 위해 세금을 감면해주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이와 같은 감세로 인한 이익도 고스란히 이사장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송추정신병원에서 일했던 임경철씨는 “우리나라의 부족한 복지예산 중 상당 부분이 잘못 쓰이고 있다. 책정된 것만이라도 제대로 써야 사회복지사업이 투명해질 것 아니냐”며 비리에 대한 수사·감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관할기관의 올바른 인식 부재도 문제다. 현애자 의원 보좌관 강상욱씨는 “복지재단을 관리 감독하는 관할 자치단체의 경우 자신들이 가진 지도감독권을 축소하고 회피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확대를 우려해 느슨한 처분만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정상화지 과거를 끌어내 사회 문제화하는 게 아니다. 또 우리에게는 포괄적 책임만 있을 뿐 직접적 지도감독은 할 수 없다”는 서울시청 장애인정책과 관계자의 말은 사회복지재단 문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니 재단과 관련 공무원들이 유착해 복지시설에 수용된 피보호자들의 인권이 더욱 심각하게 유린당한다는 의혹도 놀라울 게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점이 야기되는 근본 바탕은 주변의 무관심이다. 우리사회에서 복지재단은 아직도 무관심의 그늘 아래 놓여있다. 임씨는 “많은 사람들이 복지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우리 파업을 두고 사회복지단체는 좋은 일 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까지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권교감은 “주위의 관심과 감시가 있어야 비리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재단 전반에 만연한 부실운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기는 하나 큰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002년에는 복지시설 양성화와 체계적 관리를 위한 ‘미신고 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이 시행됐으나 무리한 추진으로 일부 시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제정과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재단에 대한 감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는 등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제 그 동안 곪아온 상처가 터져 버린 복지시설 문제.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사회 전반의 관심이 동반되지 않으면 드러난 부작용은 개혁을 촉진하지 못한 채 고질적 병폐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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