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민생 파탄범 전격 인터뷰”란 제목으로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가 있는 반면, “가장 소박한 대통령이 가장 특별한 감동을 만난다”라는 글귀를 사용, 좬효자동 이발사좭의 포스터를 청와대 이발사로 패러디해 노무현 대통령의 소박한 이미지를 드러낸 패러디가 있다. 대통령이란 하나의 소재를 이렇듯 180도 다르게 표현한 패러디 속에서 “우리들보다 더 최상으로, 혹은 최악의 모습으로, 혹은 인간에게 공통된 그럴듯한 모습으로”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주장한 모방의 조건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사회 현안들이 빠짐없이 패러디된다. 기존의 현상들을 칭찬 혹은 비판하기도 하는 패러디의 표현은 인터넷의 자유로움 속에 그 제약이 묻혀진다. 패러디 창작자의 저변이 워낙 넓고 익명으로 제작이 이뤄지는 까닭에 영향력은 커지는 반면 그 미디어에 대한 책임은 제자리걸음 상태. 한중 국가 대표 친선 경기에서 고의적으로 반칙한 중국 선수의 뒷통수를 때리는 감정적인 대응을 한 이을용 선수의 행동을 패러디해 중국의 동북공정 역사 왜곡 등의 네티즌들의 반중 감정을 분출하는 ‘을룡타’의 경우 분명히 잘못을 한 이을룡 선수가 거의 우상화돼버렸다. 가수 문희준 같은 경우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았음에도 심각한 인격적 모욕을 당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그리 문제거리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단’이 일어나면 집단적인 ‘악플(악성 리플)’로 응징될 뿐이다. 인터넷 칼럼리스트 이강룡씨는 이 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패러디 작가가 비판과 비난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공격을 위한 비난의 패러디라면 이런 패러디 또한 비난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황상민 교수(문과대·발달심리학)는 “‘촌철살인’의 패러디에는 세련되고 전문적인 개념 조작의 기술이나 능력이 담겨 있는 반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형태의 패러디는 저급한 개념과 이미지 조작 기술이 만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패러디는 원래 사건을 다른 이미지나 개념에 연결시키거나, 혹은 기존의 이미지를 다른 형태로 비꼬아 의미표현영역을 확장시킨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유희라고 볼 수 있다. 이씨는 “패러디는 ‘재미’의 형식 안에 비판의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효율적인 비판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매체”라고 말한다. 미디어 몹(http://www.mediamob.co.kr)의 헤딩라인 뉴스같은 경우 이러한 패러디의 이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인터넷에서만 주로 선보여지던 것이 지상파 방송의 뉴스, 무료신문 등으로 오프라인까지 저변을 확대하게 됐다. YBN의 ‘돌발영상’도 많은 수요로 인해 포털 사이트 뉴스코너에 연재돼고 있어 그 무대를 확대한 경우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제작되는 패러디보다는 책임을 갖춘 형태로 공개되기 때문에 향후 패러디가 나아갈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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