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중 실업자는 81만4천명으로 전월 대비 5만1천명(6.7%) 증가했고, 실업률은 3.5%로 0.3%P 상승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7월 고용동향이다. 이처럼 우리는 실업률뿐만 아니라 출생·사망률부터 심지어 우리의 감정까지 ‘행복지수’와 ‘불쾌지수’로 수치화가 가능해진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삶과 생활에 관련된 대부분의 영역들이 수치화돼 통계자료로 제시되는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바르게 통계를 이해하고 있을까.


맹점, 왜 생기나


‘거짓말에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9C 영국의 총리 디즈데일리가 통계에 대해 남긴 유명한 독설이다. 이 말에는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현상을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내야 할 통계자료가 종종 과학주의 시대를 건너온 현대인들의 ‘숫자에 대한 맹신’을 틈타 현실을 교묘히 숨기기도 한다. 실제로 조사자와 수용자, 그리고 이들을 매개하는 언론의 태도 등으로 인해 통계수치가 담고 있는 사실이 왜곡되고 오용되는 사례들이 많다.

 

일례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부부 이혼율은 47.7%’라는 통계결과는 일반인에게 ‘결혼한 부부 10쌍 중 약 4쌍이 이혼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이혼율은 ‘특정 연도의 결혼건수 대비 이혼건수’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혼율을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총 결혼건수 대비 총 이혼건수’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지난 4월 20일자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혼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이런 통계방법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며 특정한 의도로 통계방법이 이용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김정흠 박사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간파하려면 통계자료를 볼 때 통계의 출처가 어딘지, 그 통계수치에 제대로 된 뜻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김박사는 “언론이 통계자료를 보도할 때 해설을 달아놓아도 독자들이 이를 잘 읽지 않는다”며 두드러지게 편집된 그래프와 백분율만 보고 쉽게 판단을 내리는 독자들의 성급함 또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통해 왜곡되는 통계결과


한편 숫자는 바꾸지 않되 그래프나 백분율을 가지고 통계결과를 과장되게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8월 12일자 「동아일보」는 두 연구소에서 전국 성인 2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약 20%만이 현직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을 근거 삼아 현직대통령을 ‘국민 5분의 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외로운 지도자’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이같은 사례에 대해 통계청 통계연구과 최봉호 과장은 “언론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통계결과를 크게 부각시켜 선정적인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이 통계자료를 보도할 때 조사원과 조사대상, 오차를 명시하는 것이 준칙인데도 이를 쉽게 간과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통계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오차’를 들 수 있다. 최과장은 “확률적 제시가 가능한 ‘표본오차’에 비해 응답자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는다든가, 응답을 거절할 때 생기는 ‘비표본오차’로 통계의 맹점이 생길 수 있다”며 비표본오차 측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비표본오차에 속하는 통계수치를 추정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은 성별, 연령, 소득 수준 등 무응답자의 특성을 비춰 답변을 유추한다. 최과장은 현재 통계청이 유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자료 개발 및 활용 강화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그 밖에도 무응답대체법의 개발 및 연구,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통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3.5%, 그게 정말 사실일까?


대학생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경제지표 가운데, 대학생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지표가 바로 ‘실업률’이다. 현재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실업률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15세 이상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다.

 

실업률은 단순히 전체성인 중 일하지 않는 성인의 비율이 아니라, 그 속에 많은 개념들을 담고 있다. 15세 이상의 성인은 크게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눠진다.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뉘는데, 취업자에는 1주일에 1시간 이상 수익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 18시간 이상 급료 없이 가족의 일을 돕는 무급 가족봉사자, 노사분규 등으로 일을 못하고 있는 일시 실직자가 포함된다. 취업 능력은 갖추고 있으나 현재 일자리가 없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실업자로 분류된다. 실업률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비경제활동인구’와 ‘구직단념자’이다. 비경제활동인구란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놓인 사람으로 학생이나 노인, 가정주부, 고시생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능력은 있으나 여러 사유가 있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구직단념’은 심리적 요소가 다분해 정확한 측정이 힘들다는 데 한계가 있다. 면접 중 구직단념 여부를 알기 위한 질문에 대상자가 거짓말을 한다든가, 응답을 거부하는 경우 ‘비표본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업률을 ‘실업인구/전체성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실업률은 ‘실업인구/경제활동인구’로 계산된 수치다. 경제활동인구에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단념한 구직단념자와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가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체감하는 실업률보다 낮아지게 된다. 통계청 사회통계과 김문숙 직원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수치를 알고 있어야 실업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며 언론이 보도하는 실업률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통계, 사회현상을 그대로 담아내려면


더렐허프가 지은 『통계의 마술』에는 일반인이 통계자료를 볼 때 알아차려야 할 5가지가 제시돼 있다. ‘통계의 출처가 어디인가,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신뢰성에 관한 숫자, 즉 확률오차나 표준편차는 제시돼 있는가, 쟁점이 무엇인가, 통계숫자가 제대로 된 뜻을 담고 있는가.’ 통계자료가 사회현상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는 조사자와 언론의 투명성·합리성과 함께 수용자의 통계에 대한 이해력, 이 세 박자가 골고루 맞춰져야 한다.

 

혹시 취업률이 크게 떨어졌다거나,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려 본 적이 있는가. 이제는 ‘통계숫자’에 멈칫하기 전에 그 뒤에 가려진 ‘숨은 현실’을 찾아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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