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어쩐지 색다른 기분이 든다. ‘후둑후둑’ 내리는 빗소리는 잊고 있던 친구를 떠오르게 하고, 하교길 우산을 챙겨온 엄마의 모습을 기억나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 내리는 오후가 선사하는 왠지 모를 기다림을 닮은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이 뮤지컬은 지난 1995년 초연 이후, 1천회 이상 공연을 이어가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더욱 더 깨닫기 힘든 가족간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쉴새 없이 비가 내리는 날, 동욱(김장섭씨)은 생일을 맞아 가족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여동생들은 핑계를 대며 동욱을 만나러 오지 않는다. 결혼도 하지 않고 동생들을 돌봐온 동욱의 마음은 착잡하다. 그러던 중 7년 전 원양어선을 탄다며 집을 떠났던 동생 동현(최민철씨)이 찾아온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형제는 떨어져 있던 세월만큼이나 서로에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동생에게 헌신하느라 자신의 삶을 잃은 동욱과, 형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피아노 공부도 포기한 동현. 각자의 진심에 대한 엇나간 이해는 서로의 상처를 깊게 만든다. 그런 형제에게 갑자기 나타난 미리(노현희씨). 그녀는 이벤트 회사 직원으로, 결혼을 축하한다며 요란스런 행사를 벌인다. 그러나 엉뚱한 집에 들어섰음을 안 그녀는 매사에 실수만 하는 자신이 한심스럽다며 형제에게 하소연한다. 그런 미리에게 동현은 현재의 서투름은 인생의 한 과정일 뿐이라 말하고, 미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한 둘은 뮤지컬 넘버 「언제나 그 나이땐…」을 부르며 온기어린 하모니를 전한다. 그 뒤, 미리와 동현은 비밀리에 동욱의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파티 도중 형의 몸이 편치 않음을 알게 된 동현은 그 모습에 화가 난다. 형제의 심적 거리는 무대 양쪽의 두 피아노 사이처럼 멀기만 하다.

 

침묵이 흐른 뒤, 피아노를 좋아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형은 건반을 두드리고, 동생은 그 멜로디에 화음을 더한다. 형제가 만드는 「Midnight Blue in Rainy Day」의 연주가 계속될수록 그들의 피아노는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한 상처와 오해도 음악에 실려 빗줄기와 함께 사르르 녹아내린다. 형제의 화해를 아름답게 담아낸 이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극 마지막, 형제는 서로에 대한 진심으로, 미리는 새로운 희망으로, 촛불을 켠다. 7년 만에 확인한 형제의 사랑과 믿음, 내일을 꿈꾸는 미리의 미소는 비갠 후 무지개보다 아름답다.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을 악보에 담는다면 어떤 음악이 만들어질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슬픔과 기쁨, 희망의 감정을 아름다운 음색으로 노래하는 배우들은 그 악보를 우리의 손에 쥐어준다. 빗속으로 날아든 다사로운 멜로디는 오늘도 무대 위에서 우리들 가슴 속에 ‘사랑’이라는 작은 음표를 새기고 있다. 오는 10월 24일까지.

 

(문의 : ☎ 585-7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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