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적인 요소를 도입한 치료를 알아본다

'예술치료'란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각광받고 있는 심리치료의 한 분야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여러 대학에 전공과정이 생기는 등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음악, 미술을 중심으로 무용,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와 접목해 사람의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는 예술치료. 앞으로 물리적 치료를 보완해 큰 몫을 담당하게 될 예술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에 빠져 있는 20여명의 성인들. 이들이 한 강의실 안에 모여 ‘나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술치료사는 나무가 사는 곳, 주변에 첨가하고 싶은 풍경, 앞으로 나무가 어떻게 자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수강생들의 그림이 완성된 후 미술치료사는 그들의 그림을 강의실 앞 큰 화면에 보여주며 나무 위에 그려진 새 한마리, 열매 하나까지 주목하면서 그들이 현재 갖고 있는 감정상태에 대해 설명한다. “나뭇가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지가 집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부모님이나 고향에 대한 갈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죠. 여러분들이 그린 나무들은 열매가 열리고 새들도 날아 오는 건강한 나무이기에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갖는다면 곧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미술치료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강생들의 심리를 파악, 메마른 그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려 한다. 우리대학교 사회교육원 생활문화센터의 ‘미술심리치료’ 강의 모습이다.


정말, 예술로 치료가 되나요? 


요즘 미술심리치료처럼 미술이나 음악, 무용, 연극 등을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적 장애를 어루만지는 예술치료가 크게 늘고 있다. “예술치료는 약물치료에 비해 거부감이 적고 병원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고 한국무용동작치료학회 류분순 회장은 예술치료가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세종대, 숙명여대, 원광대, 이화여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는 음악치료전공이나 예술치료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전공이 대학원 과정에 개설돼 있다. 이러한 전공과정과 병행해 예술치료에 대한 연구는 대학과 연계해 설립된 학회가 담당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사설 클리닉들이며, 최근에는 복지관, 재활학교에서 장애아동의 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예술치료를 도입하는 중이다.

 

근래 들어 이런 치료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예술치료가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예술치료는 『시학』에 잘 나타나 있듯이 예술의 한 기능인 카타르시스(정화)를 통해 환자들이 갖고 있는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말하는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이병훈 연구원의 말처럼 이미 고대부터 유사한 개념은 존재했다.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음악치료전공 김동민 교수 역시 “성경의 기록에도 특정한 음악 청취를 통해 사람을 치료한 얘기가 나온다”며, “음악치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차세계대전 때 부상당한 병사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예전부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예술치료를 접해왔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예술치료는 일반적으로 심리치료가 필요한 성인들과 정신지체, 언어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다. 백혜선 음악치료사는 “자폐증 아동을 말로 치료할 경우 아이가 치료과정을 공격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음악치료는 치료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음악치료의 장점에 대해 얘기했다. “간단한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진실한 자아를 찾는 연습을 하게 된다”는 이지현 미술치료사의 말도 예술치료가 가진 장점을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예술치료는 자발적인 예술활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물리적 치료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술치료는 어느 정도의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이윤희 소장은 “예술치료의 경우 경미한 정도의 정신병에만 효과적이기에 적용 범위가 좁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치료자가 치료를 감행했을 경우 부작용의 우려가 따른다”고 말했다. 이소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예술치료는 치료사의 전문성이 검증될 때 비로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국가에서 공인한 치료사 자격증이 없다. 또한 예술치료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된다. 김교수는 위 문제에 대해 “의학계에서 예술치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빠른 시일 내에 예술치료에 대한 이론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학의 빈 자리를 채우는 감동  


치료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과정, 예술치료. 이화여대 음악치료클리닉에 아들 정환군(7)과 함께 찾은 박광열씨(35)는 “음악치료를 받은 이후, 아들이 ‘아빠’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다”며, “평소 모든 것에 무관심하던 아이가 음악 앞에서 순간적으로 반응을 보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예술치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동들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물리적 치료의 보조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치료가 기존의 치료방식이 메울 수 없는 빈 종이에 치유의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다면 그들의 감동은 한층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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