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라는 단어에 흔히 학교생활을 떠올리지만 그곳에서도 일상생활은 이뤄진다. 학교에 있는 집, 기숙사. 우리대학교 기숙사인 ‘무악학사’는 1천여개의 방과 식당, 컴퓨터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약 2천명의 학부·대학원생 및 외국인 교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두번의 방학 동안 진행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로 낙후된 시설을 보수하고, 사생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생선발이나 내부관리 등 일부에서 미흡한 점이 나타나고 있다.

비합리적인 사생선발

우선 남녀비율이 맞지 않는 사생선발로 여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현재 생활관측에서 사생을 직접 선발하는 일반동(1·2학사)의 남녀비율을 비교해보면 남학생은 6백52명인데 반해 여학생은 3백44명에 그친다. 각 단과대에서 사생을 선발하는 의료원동(3학사)과 고시동(4학사)을 함께 고려해도 남녀비율이 1172:672로 남학생의 비율이 여학생의 비율보다 훨씬 높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전체 남녀비율이 6:4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여학생들의 입사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이번 학기 사생선발시, 남학생은 2:1의 경쟁률을 보인데 비해 여학생은 그 두배가 넘는 4.6: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생활관 한태준 관리부장은 “기숙사가 지어진 당시의 남녀비율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최근 여학생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고려해 오는 2005년엔 남학생 52명을 줄이고 그 대신 여학생 수를 늘릴 것”이라고 개선책을 밝혔다.


3학사 운영의 비효율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의·칟간호대 동문들의 기부금으로 지어진 3학사는 거주지에 관계없이 단과대의 추천을 받은 의·칟간호대 학생들이 입사할 수 있다. 그러나 단과대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그 중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비율도 높아 비어 있는 방이 많다. 그럼에도 3학사는 의·칟간호대의 소유라 타대생들이 입사하기 힘들다. 이현정양(법학·2)은 “정말 기숙사에 살아야만 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그렇게 방을 비워두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불평했다. 의과대 학생들의 기숙사 선발을 담당하는 이성룡 직원은 “자리가 많이 남을 땐 생활관 측과 협의를 해 타과대생도 배정가능하다”며, “지금까지는 빈 방이 그리 많지 않아 타과대생을 입사시키는 것이 기숙사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한부장은 “관리 측면에서도 방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며, “보다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3학사 사생의 선발권이 생활관 측으로 완전히 이양되지 않는 한 협의가 쉽게 이뤄 질 것 같진 않다는 게 주변의 판단이다.

말 많은 ‘의무식권제’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사생들에게 기숙사 식당이 매우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관심과 불만의 목소리 또한 높다. 지난 해 식사가격이 1천7백원에서 2천2백원으로 인상되고, 입사 시 식권 40장 이상을 구매해야 하는 ‘의무식권제’가 도입된 이후 그 정도가 더 커졌다. 한 대학원생은 “지난 학기부터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면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기에 기숙사 식당을 이용할 가능성이 적다”며, “이런 상황에서 식권을 억지로 구매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활관 정혜선 영양사는 “학생들의 기숙사 식당에 대한 수요가 매우 적었을 뿐 아니라 긴 운영시간과 휴일 없는 연중운영으로 인건비가 과다지출돼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왔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때문에 식당 운영에 문제가 많았고 식단의 질도 떨어져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의무식권제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설명했다. 또한 정영양사는 “식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생들을 위해 중간고사 이후엔 의무식 식권을 매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식권을 구매한 몇몇 학생들은 식권을 사용하지 않고 보다 싼 가격에 다시 팔아 넘기기도 한다. 이처럼 생활관 측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식권의 의무구매에 따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속적 개선노력 필요

뿐만 아니라 기숙사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여러 문제점들도 기숙사생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불안정한 접속환경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생들을 괴롭혀 온 ‘인터넷 문제’도 지난 여름 방학 동안의 개선을 통해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 한부장은 “최근 인터넷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구 장비를 갖춘 기숙사 인터넷에 문제점이 많았지만 인터넷이 학교 기반시설이기에 기숙사 자의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며 문제해결이 늦어진 것에 대해 해명했으나, 여전히 미미한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기숙사 자치회장 구칠모군(교육·3)은 “속도는 많이 빨라졌지만 중간중간에 접속이 끊기는 등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바이러스 차단 등을 위한 사생들의 개별적 노력 또한 양질의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기숙사 내 고질적인 ‘도난사고’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인만큼 샴푸부터 오토바이까지 도난사고가 빈번하다. 특히 공동세탁실은 그 정도가 심해 사생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붙여놓은 메모로 벽이 가득하다. 한부장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할 때 신발장을 내부에 설치하고, 각 옷장과 책상서랍의 열쇠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사생들의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윗방에서 걸어다니는 게 느껴지고, 옆방에서 말하는 게 다 들려요”라는 박민영양(사회·1)의 말처럼 미흡한 방음문제도 불만거리다.


현재 기숙사는 사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부장은 “모든 사생들이 기숙사를 편안한 집처럼 느끼도록 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인만큼 모든 문제점과 불만을 불식시키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활관 측은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해 학생들이 공동생활에서 보다 만족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사생들 또한 ‘공동생활’에서 자신의 사소한 잘못이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