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업을 통해 본 여성 인력의 사회적 위치

얼마 전 30대 기업 직원 중 19%가 여성으로,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이 나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 정도를 ‘취업률’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취업률이 곧 여성의 사회적 위치 상승과 역할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 사회는 여성이 직접 경영하는 기업(아래 여성기업)에 냉정하다. 「여성기업지원에관한법률」(아래 지원법률)이 제정돼 여성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년 전이다.

여성기업의 현실

‘2002년 전국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직원이 20명 이상인 기업중 여성기업은 6.8%에 불과, 규모가 큰 사업체 중 여성기업의 비율이 적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전체 여성기업 중 95.4%가 직원 5인 미만의 사업체로 대부분이 영세사업체다. 이는 숙박 및 음식업, 도·소매업 등 직원이 적은 몇몇 분야에 여성기업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기업이 현재 봉착한 난관은 규모의 열악함뿐이 아니다.

여성기업인이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부분은 판로개척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아래 여경협) 조수영 대리는 “지연이나 학연, 접대문화 등을 통해서 사업의 성패가 결정나는 우리의 기업문화 아래서 사회 연결망이 부족한 여성기업인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거래를 할 때도 성적 차별성을 인식했다는 여성기업인이 상당수에 이른다.

여경협이 실시한 ‘여성기업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행융자를 받을 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을 보증인으로 세워야했던 여성기업인이 26.7%에 달했다. 재미있는 점은 여성기업인들이 여성이라서 유리한 점으로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음’을 꼽았다는 데 있다. 이는 여성기업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기업 지원 프로그램

여성의 기업활동이 사회적 환경 등에 의해 제약을 받자, 중소기업청은 지난 1999년부터 ‘여성기업활동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여성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아래 활성화정책)을 도입했다. 여경협 등이 참여하는 활성화정책은 ▲여성창업 활성화 지원 ▲여성기업 유망직종의 발굴·육성 ▲여성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을 목표로 한다. 현재 창업경진대회나 여성창업보육센터(아래 창업센터) 운영,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의 건립 등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중 가장 지속적인 사업이 창업센터의 운영이다. 여성 창업자에게 입주공간을 제공하고 경영, 기술, 마케팅 등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담당하는 창업센터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운영중이다. 지난 2003년 10월 입주한 ‘까꿍닷컴’의 최정윤씨(28)는 창업센터에 대해 “1년에 2번 경영컨설팅이나 세무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밖에도 97개의 공공기관에서 제도적으로 여성기업제품을 구입(아래 공공구매)하는 등 여성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기업에 필요한 격려와 지원들

그러나 오래전부터 여성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선진국들에 비해 이제 막 시작된 우리의 활성화정책은 아직 그 기반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지원을 위한 기반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여성기업소유법」과 「여성기업발전법」을 통해 각 정부부처 당 지원 할당량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지원 방향만이 명시된 지원법률이 전부다. 앞서 언급한 공공구매의 비율 역시 규정되지 않아, 앞으로 그 혜택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또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 ‘여성기업국’이 따로 마련돼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여성기업이 대부분 영세업체라는 이유로 활성화정책을 중소기업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활성화정책은 여성기업이 더 큰 규모로 발전하는데까지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현재 마련된 활성화정책이 잘 홍보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책의 존재여부를 알고 있는 여성기업인은 17.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이 시작된지 이제 5년,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여성의 사회진출 현상에 만족한 채 여성의 주도적 사회생활에 무관심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대학교 여성인력개발연구원, 여학생처 등도 여성기업인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성기업의 사회적 뿌리는 아직 열악하다. 여성이 가정에서 벗어나 사회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이해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여성 취업문제만으로도 힘든데 여성기업에까지 관심을 가져야하나’라는 우리사회의 안일한 문제의식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고 있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도약을 준비하는 여성기업을 위한 활발한 지원과 격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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