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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첨단문화를 덧칠해 탈바꿈하는 신촌신촌 문화지구 선정의 한계와 대안을 알아본다
  • 최욱 기자
  • 승인 2004.09.05 00:00
  • 호수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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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을 제2의 대학로로 만들자’ 지난 2003년 9월 18일 서울시는 “대학로, 홍대 앞, 신촌 지역은 문화 관련 업종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며, “늦어도 내년까지는 이 지역을 문화지구로 지정해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 지역 중에서 우리대학교, 이화여대, 서강대가 인접해 있는 신촌지역을 ‘제2의 대학로’로 조성해 대학문화를 특성화시킨 문화지구로 만들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6월 3일 우리대학교 도시문제연구소(아래 도시문제연구소)는 신촌 문화지구 지정이 현재 법적인 여건상 힘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시 측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신촌 문화지구 선정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난항을 겪는 문화지구 선정

신촌이 문화지구로서 타당하지 않은 이유는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에서 요구하는 문화지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법」 10조의2는 문화지구 대상지역을 ▲문화시설 및 문화업종 밀집지역 ▲문화예술행사·축제 등 문화예술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지역 ▲기타 시·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시문제연구소는 현재 신촌에는 3가지 요건 중 만족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처럼 신촌이 「문화예술진흥법」이 설정한 문화지구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도시문제연구소 오재록 연구원은 “법에 마련된 문화지구의 기준이 인사동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문화지구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던 당시 문화지구 대상 지역은 인사동 하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이유로 편의상 인사동에 들어맞는 정도의 수준에서 문화업종을 정하게 됐다”고 오연구원은 지적한다.

문화지구의 첫 번째 요건에 해당하는 법정 문화시설은 민속공예점, 골동품점, 필방, 표구점, 도자기점 등의 영업시설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시설은 인사동 지역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며 지난 5월 문화지구로 추가 지정된 대학로도 충족하기 힘든 조건들이다. 대학로의 경우 공연문화가 발달했다는 이유로 문화지구로 지정됐지만 신촌에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문화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신촌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 관련 축제나 행사를 찾기도 어렵다. 신촌 지역의 축제를 살펴보면 ‘신촌문화축제’와 지난 5월 미디어아트연구소가 주최한 ‘서울―신촌 아트페스티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신촌문화축제는 지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5월에 열렸다. 이는 ‘디자인 페스티벌’, ‘아름다운 신촌 한조각 나눔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대학생들과 상인이 화합하는 자리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도시문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 ‘신촌지역 문화지구 지정 타당성 연구조사’에 의하면 이 축제는 “주민, 학생, 상인 간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흐지부지 종결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축제가 처음 생긴 당시에는 상인들이 상권활성화를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축제 기간 중 혼란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보고서는 “서울―신촌 아트페스티벌도 그 취지는 좋았지만 아직 1회이기에 파장이 크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첨단’으로 대안을 모색하다

이처럼 신촌은 여러 방면으로 타당성 있는 문화지구를 위해 개별적 요소들을 모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연구원은 “신촌이 문화지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문화지구 법령을 수정·보완해 그 개념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도시문제연구소는 ‘첨단문화산업’을 제시하고 있다. 첨단문화산업이란 게임,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과 관련된 문화산업을 말한다. 연구소 측은 대규모 게임문화 체험공간, 디지털 콘텐츠 관련 대형서점,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첨단 스튜디오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의 특징을 고려해 봤을 때 이러한 종류의 문화산업은 지역의 특성과 부합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연구원은 “뉴욕의 첨단영상지구 실리콘앨리, 영국의 셰필드, 도쿄의 애니메이션의 메카 이케부쿠로 등과 신촌의 환경이 비슷하므로 충분히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들은 대부분 신촌과 마찬가지로 가장 이용률이 높은 지하철 노선이 지난다는 점, 도시의 부심 역할을 해왔다는 점, 인근에 대학이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신촌이 좋은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외국의 사례와 같이 바로 문화산업을 이용한 문화지구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청 최호권 문화정책팀장은 신촌의 문화지구 선정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게 권장시설과 육성업소를 지정, 지원할 계획”이라며, “무분별한 건물 난립을 막기 위해 가로변에 위치한 건물의 높이나 외관 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첨단문화산업에 필요한 멀티플렉스 등 높은 건물을 짓는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오연구원은 “문화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제한된 곳만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식을 바꾸면 문화가 보인다

이렇게 신촌이 문화지구로 거듭나기 위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촌 구성원들의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5월 도시문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 학생들 중 신촌에 대해 ‘만족’한다는 대답을 한 학생이 11%밖에 안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신촌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는 ‘복잡’, ‘소비’, ‘비정돈’ 등 회의적인 대답을 한 학생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신촌은 대학가이지만 ‘유흥가 밀집지역’이란 오명을 얻고 있다. 이는 인사동의 전통문화, 대학로의 공연문화, 홍대 앞의 클럽문화와 같은 신촌만의 독특한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도시문제연구소에서 제시한 첨단문화산업 육성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신촌이 문화지구로 선정될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중요하다. 문화지구 선정 문제는 비단 서울시나 서대문구청, 도시문제연구소의 과제가 아니라 신촌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고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욱 기자  weezer5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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