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원충렬
 

“대학이 상아탑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유기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학과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제휴, 협동, 지원 등의 산학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다양한 기구와 교육 제도 등이 마련되고 있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산학협력 민관협의기구(아래 산학협력 기구)가 주관해 지난 학기부터 3학년 이상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5개월의 기업 근무를 제공하고 학점을 부여하는 산학협동교육 프로그램(아래 산협 프로그램) ▲기업, 정부 의뢰를 대학 내의 연구소와 연결해 공동 연구 혹은 프로젝트 수행을 가능케 하는 산학협력단 ▲외부 기업을 유치하고, 학부생 및 대학원생의 창업을 돕는 연세창업센터 등을 운영해 기업과 대학이 함께 하는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 대학의 산학 협동 사례


선진국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구조가 형성되면서 20세기 초부터 정부의 지원 아래 산학협동을 활성화시켰다. 이에 따라 대학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대됐고, 20세기말 컴퓨터나 인터넷의 성과도 산학협동 노력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국에서는 산업현장에서의 개념을 대학교육과정의 일부로 운영하는 샌드위치 제도(Sandwich System)가 운영되고 있다. 장기 샌드위치 제도의 경우 학교 2년, 실습 1년, 학교 1년의 과정을 거쳐 졸업하고 단기 샌드위치 제도의 경우 현장실습을 단기적으로 여러 차례 실시한다.

 

독일에서는 산업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산업체가 의무적으로 산학협동에 참여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산학협동이 더욱 활성화됐다. 또한 실용적 분야에 있어서 이원화제도가 활성화 돼 산업체에서는 피고용인 신분을, 학교에서는 학생신분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쾰른대학(Cologne University) 마리오군(Mario, 경제·1)은 “전문직을 선택한 사람은 사흘 동안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고 이틀 동안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며 한 주를 보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주요 기술을 대학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해 산업 기술을 제고하는 경우가 많다. 인디애나 주립대학 정성욱군(화학·3)은 “미국에서 가장 큰 치약 회사인 크레스트(Crest)의 주요 기술을 우리 학과와 연관된 연구원들이 개발해나가고 있어 관련 기업 취업시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난징대학은 대학이 직접 회사를 세워 경영까지 맡는 샤오반(校辦) 기업을 50여개 만들었다.


산협 프로그램,아직은 걸음마 단계


지난 2003년 9월, 우리나라는 산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부산하기구인 산학협력 기구가 설립됐다. 처음 시행된 지난 학기 산협 프로그램에는 15개 대학에서 78명의 학생이 29개 기업에, 이번 학기는 28개 대학에서 2백35명의 학생이 1백4개 기업에 참여했다.

 

우리대학교는 산협 프로그램 이수시 패스/넌패스 방식으로 15학점을 인정하며 전공학점의 포함 비중은 전공에 따라 다르다. 경영학과의 경우 전공선택 6학점, 기계공학과의 경우 12학점을 인정해주며 나머지 학점은 일반 선택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번 학기에 스포티즌(주) 기업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예진양(경영·3)은 “평소 관심있던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서 즐겁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산협 프로그램을 높게 평가했다. 참여하는 기업 역시 호응이 좋다. 삼환기업(주)의 김용기 대리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규 업무를 시켜볼 경우 졸업을 앞둔 우수한 학생을 미리 스카우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의 경우 지난 학기에는 참여한 학생이 없고, 이번 학기에는 고작 두 명의 학생만 참여하고 있다. 참여가 저조한 원인에 대해 이양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친구들은 전혀 모른다”며 홍보 부족을 지적한다. 또한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않지만 등록금을 모두 내야 한다는 것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점이다. 이 외에도 학생과 기업의 요구 조건이 잘 맞지 않는 점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로 지적됐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지원하길 희망하는 대기업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기업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번 학기 경영학과 학생이 지원가능한 기업은 두 곳뿐이었다”는 이양의 말처럼 선택 가능한 기업 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부족, 등록금 부담, 학생 선택 폭 부족 등에 대해 수업지원부 이진우 직원은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므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학생들 요구를 고려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산학협력단과 연세창업센터


산학협력단은 연구소 내의 교수와 연구원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업의 프로젝트를 중재하는 기구이며 지난 2003년 9월 1일 설립됐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산업계에서는 대학의 인력 양성에 대한 참여 및 투자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기업과 대학을 잇는 전담 창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대학내 산학협력단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산학협력단 산학 협력 담당 곽창순 직원은 “기존에는 기업이 대학에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경우 교수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 뒤, “산학협력단이 설립된 후 기업에서는 프로젝트 의뢰시 이곳을 거쳐 교수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저장연구센터 연구원 박경수씨(기계·박사 6학기)는 “학교에서만 이뤄진다면 피상적일 수 있는 연구가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실제적인 응용이 가능해 좋다”며 산학 연계의 이점을 설명한다.  

 

지난 1998년 설립돼 공학원에 위치한 연세창업센터(아래 창업센터)에서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벤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센터 박소영 직원은 “총 11개 팀이 입주해 있고, 6개월 단위로 심사하며 최대 2년 6개월 입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광고 관련 벤처 사업팀 ‘브레이크 애드’의 조은영양(경영·4)은 “어려운 부분을 교수님과 상담하고, 다른 팀과 정보교류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만족했다. 일부에서 창업센터의 규모가 작고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박 직원은 “외국의 경우 학생들의 요구로 자연 발생됐지만 우리대학교는 학생 선도 차원에서 만들어져 호응이 적고,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벤처에 관심있는 학생은 언제나 이곳에서 상담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대학과 기업의 윈윈(WinWin)


산학 협조의 성공 여부가 대학과 국가기술 발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우리대학교 산학협동은 초기 단계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학과 산업체가 자율성을 유지하고, 서로 간의 고유한 역할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장원섭 교수(교과대·교육사회)의 지적처럼 대학이 기업의 요구만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대학이 기업에 종속된다면 학문의 연구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기업과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고유의 아카데미즘을 보존하는 것이 곧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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