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합의 제전’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16일 동안 열렸다. 그러나 “이제 스포츠맨십은 책에 나오는 얘기가 돼 버리고, 올림픽의 목표가 상업화로 전환되었다”는 원영신교수(교과대·스포츠사회학)의 말처럼, 스포츠를 통한 교류와 국제평화 증진이라는 근본정신은 메달을 위한 경쟁과 상업적 목적에 가려져 적잖이 퇴색됐다.

 

올림픽의 상업화 경향에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조장한 것이 바로 방송사들의 올림픽 중계방송이었다. “지상파 방송들이 몇 가지 특정 종목만을 중계해 다른 경기는 볼 수가 없었다”는 박태희군(정외·2)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기간의 중계방송은 시청률이 높은 몇몇 종목에 지나치게 편중됐다.

 

개막일부터 10일 동안의 모 방송국의 중계방송 편성표를 분석해 보면, 이와 같은 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편성이 몇 가지 인기 종목에 치우쳐 있다. 총 1백27시간 안팎의 중계시간 중에서 축구, 농구, 배구, 비치발리볼 등 사람들이 흥미롭게 시청하는 구기종목이 약 47시간으로 40%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축구의 경우, 개막 이후 경기 중계 시간만 약 20시간이다. 개막 전에 있었던 조별 예선 경기까지 합치면, 축구 한 종목을 거의 40시간 동안 중계했다. 또 올림픽 중계방송은 우리나라의 메달 획득 종목 위주로 편성돼 있다. 양궁, 유도, 탁구, 배드민턴 등은 평소에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률이 매우 높다. 위의 기간 동안 이 종목들은 약 48시간 가까이 중계됐다. 이에 비해 수영, 승마, 요트, 조정, 사이클, 다이빙, 육상 등 우리 경기가 드문 종목들은 올림픽 경기 전체에서 결코 비중이 작지 않지만 중계시간은 21시간으로 약 15%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사들의 중계방송은, 상업주의와 메달 지상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시청률이 높은 경기를 중계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송을 방영함과 동시에 높은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방송국에서 인기 종목을 중계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방송사들이 같은 화면에 해설자만 달리한 경기를 여러 번 재방송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박진형 방송모니터감사는 “경기를 녹화해 방송하는 낮 시간까지 금메달을 딴 종목을 중심으로 연거푸 방송하고 다른 경기를 소외시키는 것은 올림픽을 시청률 경쟁에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박 감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대 방송사가 경기 중계를 분담하여 방송을 다양화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송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계방송의 다양화 방안을 제시한다. 다양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스포츠를 통한 화합이라는 올림픽 본래에 의미에 부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상업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는 올림픽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요구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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