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하늘에서 본 지구'

문득, 바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익숙한 도시의 한 조각 풍경일 뿐이다. 우리 눈높이에 자리한 세상은 변화를 모르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수백 미터 상공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이런 호기심조차 생겨나기 힘들만큼 바쁜 도시 서울. 그 한가운데 ‘하늘에서 담아온 사진’이 도시인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30~3천m 상공에서 지구의 모습을 찍은 1백20여점의 사진은 수천개의 유리창이 반짝거리는 고층 건물 숲 속에 자리했다. 이 중 8점은 서울 상공에서 찍은 사진이다. 하늘에서 본 성수대교는 한강 위에 유려한 곡선을 자아내고, 고궁의 돌바닥은 모자이크 된 돌들의 전시장처럼 보인다. 이 사진을 찍은 프랑스의 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지난 1995년부터 항공 사진으로 ‘지구의 상태’를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1961년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르다”는 말로 지구별을 묘사했다. 그리고 2004년, 작가는 별로서의 지구가 아닌 우리의 땅으로서의 지구를 말한다. 그의 사진에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그 안에 자리한 생명, 그리고 우리가 숨쉬고 있는 시대까지 오롯이 담겨있다. 그의 사진 속 바다에는 황금빛과 에메랄드 빛의 해류가 흐른다. 그러나 작가는 이것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금광에서 해안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화학물질의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인도에서 찍은 사진의 섬세한 색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 백개의 양탄자가 늘어선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캔버스 같다. 하지만 그 설명은 간결하다. ‘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은 착취당하는 여성노동자’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가 그 동안 봐왔던 사진에는 생동력으로 가득찬 세상이 있었다. 하지만 진짜 세상은 ‘아름다운 지구’란 미명아래 그럴싸하게 포장돼 있을 뿐이었다. 아이슬란드의 바다 위에 누워 휴식을 즐기는 사람의 사진 맞은편에는 하얀 목화 더미에 누워 간만의 휴식을 즐기는 흑인 노동자의 사진이 있다. 이 역설, 그 자체가 우리가 속한 세상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오늘날 지구의 초상화를 보내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지금 그가 기록한 지구의 초상화에는 상처와 아픔이 적잖게 서려있다. 하지만 그는 지구의 눈부신 모습도 잊지 않았다. 사막 한가운데 생명을 증명하듯 서있는 푸른 아카시아 나무의 모습은 작가가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게 보내는 애정어린 눈길이며, 프랑스의 습지가 만든 거대한 초록빛 하트는 작가가 지구와 인간에게 보내는 가장 생생한 메시지다.

이 지구의 초상화는 24시간 무료로 개방돼 많은 이들의 감성을 채워주려 한다. 이제, 지구 곳곳을 비행한 작가의 항로는 우리들의 마음이 그 종착지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 아름다운 비행의 착륙 신호는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오는 9월 27일 까지. (문의:www.하늘에서본지구.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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