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프린지 페스티벌, 인/디/萬/발!

인디萬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4(아래 프린지페스티벌)’의 슬로건인 ‘인디萬발’은 이번 축제의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이 모토를 통해 우리는 예술인들이 ‘활짝 피어 가득 찬(滿發)’ 꽃밭이 아닌 만 송이의 꽃이 독특한 향기를 내며 피어나는, 다채로운 축제를 바라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인디문화의 줄기가 뻗어나가 꽃 피우는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거리에 자리하고 소극장과 미술관마다 ‘다름’의 가치를 지닌 예술이 펼쳐지는 곳, 홍대 앞. 지금 홍대 앞에서는 ‘프린지(fringe, 주변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프린지페스티벌은 일본, 홍콩 등 7개국에서 3백여명의 독립예술인이 참여, 오는 9월 5일(일)까지 열린다. 이번 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의미가 통하는 사자성어를 이용해 명명한 5개 영역의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인디음악 축제 ‘고성방갗, 미술·전시 축제 ‘내부공사’, 아시아 독립영화제 ‘암중모색’, 무대예술제 ‘이구동성’, 거리예술제 ‘중구난방’이 그것이다. 이렇게 각 분야별로 지원을 받아 선발된 자원활동가들이 축제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았다는 점에서 프린지페스티벌은 다른 축제와 차별성을 가진다. 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이러한 자원활동가를 특별히 ‘인디스트’라 부른다. 축제의 최전방에서 아티스트,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인디스트 이화여대 은주양(정외·3)과 축제의 현장을 함께 했다.

은주양은 프린지페스티벌의 길잡이 역할을 담당하는 종합안내소 홍보팀에서 활동 중이다. 더운 날씨에도 인디스트들은 야외에 설치된 천막 아래서 땀을 흘리며 한 명에게라도 더 축제를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홍보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인디스트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인디스트라는 말 속에는 ‘단순한 자원봉사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단지 축제를 돕고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직접 만들어가는 구성원이 바로 인디스트”라고 규정하는 그녀의 말에서 그들이 축제의 중심이 돼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학생들이 인디스트로 참여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대학생들이 인디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명령이나 구속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진정한 축제의 주인공을 원하는 프린지페스티벌이기에 대학생들이 선택된 것이다.

그녀는 여러 사람들을 안내하면서 “프린지페스티벌이 일부 언론에 소개됐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특히 인디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녀는 “인디문화라니까 ‘인디언 문화축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비주류 문화를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로 오해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말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인디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디스트들은 “축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관객들 중 한명이라도 우리의 안내를 받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보다 큰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주양은 “1회 때부터 참가해 다른 분야에 비해 잘 알려진 ‘노브레인’, ‘레이지본’ 같은 인디밴드들을 소개하면서 젊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밴드 이름을 생소해 하는 사람도 많다”며, “장년층 관객들에게는 전시회나 연극을 위주로 설명한다”는 말에서 축제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많은 인디스트들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보팀에 속해 있는 인디스트가 이와 같은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은주양의 경우 낮에는 종합안내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저녁에는 거리예술제 ‘중구난방’에 투입돼 행사 진행을 담당한다.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홍대 앞 프린지 광장에서 열린 ‘인디롤리팝’이라는 공연에 참여한 그녀는 “인디스트들은 축제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한 곳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계속 위치를 바꿔가면서 배정된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인디롤리팝’은 거리예술제인 ‘중구난방’의 첫번째 순서로 마임,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독립예술단체들이 참여해 꾸민 공연이다. 공연을 관람하던 서강대 이경화양(영문·2)은 “첫 공연은 체스 게임이란 소재를 사용해 발레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한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번째 퍼포먼스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는 이양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야외 공연이라는 특성을 뛰어넘지 못해 어느 정도 한계가 발견되기도 했다. 공연 시작 전에는 10명이 안되던 관객의 수가 공연이 시작하자 지나가는 행인들이 몰리면서 1백여명으로 늘어났다. “거리예술제가 진행될 때 외국인부터 동네 아이들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인디스트들은 돌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해야한다”고 말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 그들의 이러한 몸짓 하나하나는 인디문화의 씨앗을 홍대 앞에 뿌리고 있었다.

“소위 문화를 향유한다는 젊은이들이나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조차 이러한 축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말을 덧붙이는 인디스트 은주양. 그녀는 “‘암중모색’에서 볼 수 있는 여성주의 영화나 ‘내부공사’에 전시된 주류문화를 비꼬는 작품을 보는 경험을 통해 대학생들이 한국사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의 작은 희망을 표현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인디문화의 무한한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는 독립예술축제 프린지페스티벌. 인디스트들의 손을 잡고 프린지페스티벌의 깃발이 힘차게 나부끼고 있는 홍대 앞을 누비며 만(萬)가지 꽃 향기를 직접 맡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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