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무릇 기억에 남기 마련이지만 올 여름 나의 일본 여행은 더욱 그러할 것 같다. 내 생애 첫 해외여행, 일본인 가정에서 묵으면서 일본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그리고 추억거리와 배움을 한가득 안아볼 수 있던 기회였기에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첫날, 두근거림과 아직은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 무지를 가득 안은 채 나리따 공항에 내린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한 일본인 언니의 가정에서 묵도록 배려를 해줘 10일간의 즐거운 내 일본여행은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날부터 시작된 나의 여행은 마지막 날까지 각기 다른 색깔로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곳이 아사쿠사와 100엔숍, 디즈니랜드다. 일본의 전통 문화가 숨쉬는 아사쿠사의 나카미세토오리는 에도시대부터 대를 이어온 상점들이 쭉늘어서 있는 거리로, 독특한 일본만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축소지향주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하 2층과 지상 6층으로 이뤄진 대형 100엔숍에 가서는 100엔에 맞추어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고, 일본 특유의 실용적 상업주의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100엔 숍에서 쇼핑 후에 작은 축제행사도 볼 수 있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같이 가마 같은 것을 다같이 힘을 합쳐 돌리고 악기를 다루며 행차하는 모습 등에서는 일본의 축제문화가 생활처럼 자연스럽게 다뤄지고 있음을 느꼈다. 또한 동경에 있는 디즈니SEA에서는 꿈과 환상, 일본인들의 철저한 상품화 전략을 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 정열적인 화산,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올 법한 궁전, 중세 남유럽의 낭만, 19세기 미국을 연상시키는 산업적 모습과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와 특수효과를 사용한 공연,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찬 놀이 기구, 사지 않고 못배기게 만든 캐릭터 상품 등까지도 디즈니SEA는 ‘환상이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것을 철저히 느끼게 해주었다.

이외에도 자동차, 가로등, 형광등 같은 인공적인 빛이 모여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란 생각보다 놀라웠다는 것을 알려준 도쿄타워에서 바라본 야경, 일본이 따뜻하고 자연이 묻어나오는 나라라는 것을 알려준 하코네에서의 온천, 젊은이들의 패션이 인상적이면서 젊음과 유행의 전시장이었던 하라주쿠, 일본의 발전기의 모습을 가장 잘 정리하고 있던 도쿄 에도 박물관, 레인보우 브릿지, 해상공원 등 관광지가 너무 많아 볼거리로 가득했던 오다이바, 밤하늘은 넋이 나가도록 멋지게 수놓았던 도쿄 최대의 불꽃놀이 축제 등 너무나 많은 것을 눈과 귀와 입과 마음으로 일본이란 나라를 느낄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특히, 내가 일본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이라면 내가 가본 10일간의 일본은 인상적이고 멋지면서도 우리나라와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이 다른 나라였다는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한 거리의 풍경과 조용하면서도 친절한 사람들, 생활문화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지면서도 철저한 캐릭터 상품화가 이뤄진 곳, 우리나라와는 차선의 소통방향이 반대방향인 곳,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정말 타기 복잡하지만 어느 곳에나 빠르게 갈 수 있게 만든 편리한 곳, 놀이동산과 생활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철저히 눈에 보이는 곳, 자국의 전통의상이 자유롭게 활용되는 곳, 음식점마다 장인정신이 숨쉬고 있는 곳, 사람들 전부가 패션리더였던 곳 등 모두가 내가 느꼈던 일본의 모습들이다.

같은 피부색과 모습을 가졌지만 ‘선’으로 대표되는 정확성의 일본 문화와 ‘곡선’으로 대표되는 유연성의 한국문화라는 많은 차이를 발견한 새로운 계기였다. ‘東京’이라는 일본의 수도에서 작은 일본의 모습을 봤던 기회, 다시 한번 기회가 된다면 그땐 일본 전국의 모습을 여행하며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Yokoso~ JAPAN!

/ 박혜리(문헌정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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