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부 기자는 취재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그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죠” 선배기자가 남긴 말이다. 발로 뛰며 진실에 접근해가는 취재과정의 뿌듯함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됐고, 기자생활에 만족감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문제는 취재과정에서 찾아낸 만족스러운 내용들을 신문 지면을 통해 온전히 독자에게 전달하지 못한 데 있었다. 지난 1493,1494호 탈북자의 남한 생활 기사는 이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탈북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알아낸 사실들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지금까지 들어온 내용들과 상당부분 차이가 있었다. 내가 탈북자에게서 들은 것은 상황에 이끌려 남한에 내려왔지만 남한 체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여전히 북한 체제를 신봉한다는 말과, 남한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어내며 북한 사회를 미화하는 북한에 대한 애정이었다. 또한 신분조회 작업을 거치는 동안 경험하는 사회적 고립 등, 남한 생활의 첫 시작단계에서 겪어야만 하는 탈북자의 처우 문제도 인상 깊이 남아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면을 통해 독자에게 소개된 기사는 탈북자들이 외롭다는 것, 취직이 안된다는 것, 정부는 탈북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 등, 기존 언론의 접근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허무한 내용이었다. 국가기밀 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기도 했고, 기사 전체의 흐름을 맞추기 위해서기도 했고, 기자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기사를 읽은 독자는 기사의 어떤 부분도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자가 취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번학기, 정기자로 올라선 나의 가장 큰 다짐은 취재를 통해 배운 살아있 a는 이야기들을 신문 지면에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다. 기자의 만족과 독자의 불만족은 가장 최악의 조합이다.

/시사부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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