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에 한중 수교 12돌을 맞았다. 그동안 최대 교역 대상국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양국 사이에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고위 외교관리가 방한해 그 해결책을 논의했고, 그 결과 24일에 ‘5개 구두 양해사항'에 합의했다고 한다. 역사 문제로 양국 우호협력 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또한 고구려사 문제가 정치 문제화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 정부에서 고구려사 기술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조속한 학술 교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합의는 중국이 일으킨 역사 왜곡, 외교부 홈페이지 삭제 사건 등을 원상회복시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묵인한 셈이 되었다. 고구려사 왜곡으로 야기된 일련의 양국 관계 손상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 중국은 정치적 전략 속에서 동북공정을 추진했으며, 그 본질은 강국으로 성장해 가는 중국의 ‘신중화주의’고, 패권주의다. 중국은 새로운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은 오직 중국이 패권적 망상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덩샤오핑이 지난 1974년 유엔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이 앞으로 패권국가가 돼 다른 나라를 모욕하고 침략한다면 세계 인민들은 중국을 사회제국주의라고 규정하고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바와 같이, 우리는 정치경제적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이웃나라를 괴롭히는 중국을 비판하고 반대해야 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는 어떠한 타협이나 합의도 있을 수 없다. 지난 2월에 이어 이번 합의에서 학자들의 학술 교류를 그 타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으로는 고구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또한 무의미하다.

동북공정은 학술상의 문제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 또 고구려 역사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한중 학자의 공동연구는 결국 서로의 역사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절차로만 그칠 것이다. 고구려사가 우리 민족사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고구려 문제를 극단적 국수주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고구려의 영토가 우리의 옛 땅이므로 이 땅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논리 또한 중국의 역사왜곡과 같은 맥락이고, 중국의 역사 왜곡에 빌미를 줄 따름이다.

우리는 독자적인 학문 연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그 결과를 전 세계와 주변 아시아 국가에게 알려 중국의 음모를 비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이 동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주변국과 발걸음을 같이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역사가 변하듯이 나라의 강역도 변한다. 하지만 강역이 변했다고 그 강역에 터 잡고 만들었던 역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역사를 규명해 주장하고, 또한 이를 지켜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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