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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미술의 만남전시회 『유쾌한 파종』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산골에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지난 6월 19일 개관한 경상북도 봉화군 '비나리 미술관'의 첫 전시회 『유쾌한 파종』은 그 이름처럼 경쾌하게 생명의 울림을 전하는 전시회다.

미술관의 입구에는 색색의 옷을 입은 조약돌이 풀 위에 누워있다. 이 작품은 「소꿉놀이─돌멩이로 놀기」. 이 조약돌은 낮에는 소꿉놀이를 통해 산골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밤에는 돌 위에 칠해진 야광페인트가 빛나면서 땅 위의 별이 된다. 이렇게 소꿉놀이하는 기분으로 접할 수 있는 전시회가 바로 『유쾌한 파종』이다.

이 전시회는 지난 1997년에 결성된 페미니스트 여성 미술가 그룹 '입김'과 비나리 미술관이 만나 이뤄졌다. 작가들은 농촌이 다시 일어서기를 기대하며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을 그린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가고 더이상 내일을 기대하기 힘든 공간인 농촌을 위해 시작된 『유쾌한 파종』에서 '파종'은 노동의 씨뿌리기가 아닌 희망과 내일을 말하는 씨뿌리기다.

8 명의 여성 작가들은 이 곳에서 느낀 자연과 여성에 대한 깨달음들을 미술로 표현하며 그 아름다운 화음을 전한다. 고향집 툇마루를 연상케 하는 마을 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부터 미술관 구석의 다락방까지 닿아 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입김'은 마을 전체는 물론 보는 이에게까지 살갑게 다가온다. 이 살가움은 콩, 옥수수 등의 수많은 씨앗들을 스케치한 작품에도 녹아있다. 작가는 그 씨앗들 속에서 여성과 모성을 읽어내 이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전시관 바닥에는 밭 주변의 검은 비닐들을 모아서 땋은 댕기머리와 하얀 실을 휘감아 놓은 돌로 이뤄진 설치 작품 「생명력」이 있었다. 이는 자연과 융화될 수 없었던 비닐이라는 소재에까지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미술관 안쪽에는 구름벽지와 미술서적으로 둘러싸인 작은 다락방이 위치했다. 「미·술·多·樂·방」이라 명명된 이 작품에는 산골 아이들도 미술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이 다락방 아래 전시된 마을 아이와 어머니를 그린 초상화는 주민들에게 큰 화젯거리였다. 그들은 캔버스 속 자신들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연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처럼 미술은 전시회를 통해 주민들 곁으로 다가와 그들의 모습과 일상을 담아주는 의미있는 선물이 됐다."도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에게 문화적 공간을 선사하는 것"이라며 '입김'의 일원이자 비나리의 주민인 류준화씨(42)는 미술관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어서 그는 "『유쾌한 파종』이 농촌 마을에 문화의 씨를 뿌리는 희망의 파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이제 막 농촌에 뿌려진 문화의 씨앗이 그 결실을 맺기 위해 무한한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뭇사람들은 흔히 여성을 대지에 비유하곤 한다. 대지에서 생명을 가꾸는 농촌과 생명을 탄생시키는 여성의 역할은 그만큼 비슷하고 의미있다. 여성 미술가 그룹과 산골 마을이 만나 일궈낸 이 문화의 생명력은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도시민들에게, 문화와 떨어져 살아가던 농촌민들에게 자연과 미술에 대한 유쾌한 깨달음을 선사하는 중이다. 오는 8월 30일까지.(문의 : ☎ 054-673-8650)

/문화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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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규 기자 ehyoehy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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