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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맞닿는 곳에서 환경과 화합하다환경과의 마주침, 대학생들의 환활나기
  • 장수진 기자
  • 승인 2004.07.26 00:00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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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트럭 뒤에 올라탄 몇 명의 대학생들이 비료냄새가 들어찬 시골 바람을 맞으며 전라북도 부안군 화정마을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물에 담가둔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마을 할머니들과 이야기 나누는 이들은 환경현장활동(환활)을 나온 우리대학교 법과대 학생들이다. 밝은 표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은 밀짚모자와 어우러져 즐겁게만 보였다. 우리대학교 문과대, 법과대, 공과대, 이과대, 치과대 학생 40∼50여명은 경희대 등 9개 대학 학생과 함께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부안의 각 마을로 환활을 나서 뜻깊은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민주주의와 환경을 고민하며 연대하다

환활은 지난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이끄는 농민학생연대활동(아래 농활)의 관성화된 구조와 활동상의 한계를 지적하며 시작됐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은 농촌의 경제 부문에만 집중된 문제의식, 농민이 학생에 지시하는 위계적 질서, 성별에 따른 작업구분과 성폭력적 언행 등이었다. 환활은 사회문제의 다면성에 입각해 농어촌을 아우르는 활동을 한다.

환활지는 당시 사회적 사안에 따라 환경 문제가 부각되는 곳으로 결정되는데, 최근 5년간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장 건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부안을 찾아가고 있다. 환활지에서 학생들은 마을 주민 우선의 상하관계를 수용하기보다 수평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 고착화된 규율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여학생이 마을 주민에게 술 따르는 것을 금지하는 등 자체적으로 반성폭력 내규를 만들고 여성주의적 환활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이 노력의 일부분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환활은 민주주의와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연대를 만들어간다.

참여를 통해 배우는 환경 집집마다 도착 인사를 다녀오면 마을 주민들은 환활대에 풀베기, 마을청소, 잡초 제거 등의 일거리를 알려준다. 비가 내리던 지난 2일 법과대 환활대는 비닐하우스에서 국화의 가지 손질 작업을 맡았다. 하우스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빗소리를 느끼며 둘씩 짝을 지어 진행한 작업은 서투른 솜씨와 질퍽거리는 흙 때문에 더디기만 했다.

일을 맡긴 홍오순할머니(62)는 “여기 봉오리가 있잖여요, 이놈만 냅두고 다 이렇게 따야혀”라며 학생들이 못미더운 듯 몇 번이고 설명을 했다. 실수로 국화꽃 봉오리를 쳐내 당황하면서도 학생들의 손놀림은 정성스럽기만 했다. 근로를 마친 환활대는 새만금을 간척해 만들어진 도로로 향했다. 원래는 온전한 바다였을 곳이 간척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뉘어 있었다. 바다를 가른 도로 위에 서서 거대한 중장비가 움직이는 공사현장을 확인한 한윤식군(치의학·3)은 “잘려나간 바다에서 많은 생명체들과 어민들의 생존권이 죽어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환활 기간에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적극적인 연대투쟁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지난 1일 낮 2시 부안 시내 한복판에는 노란 옷을 입은 부안 시민과 파란 옷을 입은 환활대가 ‘핵폐기장 완전 백지화’를 외치며 모여들었다. 집회에 참여한 부안군민 김광중씨(44)는 “열의와 지식을 갖춘 대학생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환활대는 환경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등 귀중한 소득을 남겼다. 경희대 박준호(사회과학부·3)군은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요구를 부안주민들이 집회로 표현하는 모습에서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되새기는 환활의 의미

한편, 지난 2일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우리대학교 문과대를 비롯 5개 마을 환활대가 함께 모여 마을잔치를 열고, 환경의 참의미와 여성주의적 환활을 소개하는 갖가지 공연을 선보였다. 군산대와 우석대 환활대는 “바다를 가로막아 무엇에 쓰려나, 옛날부터 바다가 그대로 논밭인데. 갯벌을 모두 메워 무엇을 만드냐, 옛날부터 갯벌이 그대로 공장인데. 아아 천만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바다여 갯벌이여”라는 가사의 노래 ‘도요새’를 불렀다. 이를 지켜본 백형순할머니(83)는 “가사 참 좋다”며 손모아 기도하듯 박수를 쳤다.

우리대학교 문과대 학생들은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소개했다. 수줍게 마이크를 잡은 이준혁군(10)은 “무슨 색으로 칠할지 고민하다가 검은색으로 칠했다”며 검게 칠해진 바다 그림을 선보였다. 이군은 이어 “갯벌은 이제 오염돼서 검은색이다”라고 말해 마을잔치에 모인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환경을 돌아보는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밤, 환활대는 평가회의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환경활동이라는 구호에 맞는 활동을 찾는 것의 어려움, 현재의 활동이 애초 의도와 맞닿는 것이냐는 고민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현일군(국문·2)은 “농약 뿌리는 일을 돕고, 샴푸를 사용하는 등 반환경적인 행동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활이라는 중요한 사업이 방학중에만 이뤄져 주민과의 연대가 효과적으로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는 조성호군(사학·휴학)의 반성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 전남대 임이람양(정외·2)은 “환활을 오기 전 부안의 핵폐기장 건설 반대가 님비현상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지만, 환활은 아무런 답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민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임양의 말처럼 환활이 부안군민과의 의식적 연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의미 달성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경험하고, 알고, 느끼기 5박 6일간의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하는 지난 3일, 환활대 무리 몇몇은 부안의 해창갯벌로 모였다. 갯벌에서 부안시내까지, 3시간 가량의 도보행진을 위해서였다. 환활대는 갯벌을 한참동안 바라본 뒤 갯벌 옆 아스팔트를 걷기 시작했다. 행진을 이끈 학생행동연대 신머루 준비팀장은 “방조제에 가로막혀 썩은 갯벌은 이제 죽었기 때문에 걸을 수 없다는 의미로 아스팔트를 걷는다”고 말했다.

함께한 마을주민 고운식씨(42)는 “새만금 사업에서 보여지듯 뭐든 빨리 가려는 것들 속에서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고 밝혔다. 경적을 울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들과 환경의 의미를 곱씹으며 걷는 학생들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환활 기간동안 많은 학생들이 환활을 오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명과 환경을 직접 느끼고 돌아가는 그들에게는 자연의 진리를 배운 기쁨이 묻어났다. 5박 6일간의 환활일정은 환경과 생명에 관한 사실적이고 소중한 내용을 일깨워줬다. 그것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환경과 생명을 논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원광대 이희봉군(정외·4)의 말처럼 직접적인 체험 없이는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장수진 기자  heresj@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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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시내로 향하는 보도행진 전, 환활대원들이 썩어버린 갯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성은 기자 selov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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