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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해결방안, 올바른 방향은?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 대자보 논란
  • 이달우 기자
  • 승인 2004.07.26 00:00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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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신체의 특정부위에 대한 언어적인 성폭력을 가했다는 대자보가 지난 6월 14일부터 엿새 동안 중앙도서관 등 네 곳에 붙어서 많은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6월 7일 성적 불쾌감을 느낀 피해자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에 사건을 신고했고, 여학생처에서 가해자들과 피해자의 의견을 조율한 후 실명과 사건 개요를 대자보에 게시했다. 대자보에는 가해자의 학과와 실명까지 공개돼 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임주경양(영문·2)은 “같은 여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적절한 조치였다”며, “이를 계기로 학생들 사이에 성폭력에 관한 논의가 오갈 수 있는 물꼬를 트게 됐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신체 접촉도 아니었는데 실명을 공개한 것은 지나치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비는 선에서 마무리됐어야 한다”는 등 실명 공개에 대한 반대 여론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정보 공유 게시판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글이 올라와 수백회의 조회를 기록하는 등 많은 학생들이 이번 일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언어적 성폭력 사건을 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지난 1999년 「남녀차별금지법」이 개정되면서 상대방의 성적인 농담 등으로 불쾌감을 느낀 경우까지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사례 적발 시 여성부 산하의 남녀차별 신고센터에서는 가해자가 속한 기관에서 제대로 성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가해자가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해당기관은 경고 조치를 받고, 성교육을 받았다면 당사자 간의 조정 절차를 거치는데 대부분은 가해자가 성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실명 공개 여부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인권국 정유석 국장은 “가해자가 2차 위협을 가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명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학에서는 언어적인 성폭력이 있을 경우, 사건 경위만을 소개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사법부에서는 최근 성폭력 사건이 실명 공개로 인해 공익성과 개인의 명예가 배치된 경우 명예를 중시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실례로 지난 2002년 중앙대 안성캠퍼스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실명이 공개된 대자보를 총여가 게시했다. 이에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총여를 고소해 최근 상고심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에 따르면 총여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아 가해자 명예의 보호 또한 인권차원에서 배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실명 공개보다는 성교육과 같은 다른 대안을 마련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대학교의 대자보 실명 공개가 성폭력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해결책이었음을 암시한다. 대자보 실명 공개는 ‘처벌’이 아닌 ‘조캄 이번 성폭력 사건을 중재했던 연세성폭력상담소의 김영희 상담원은 “학칙에 따라 피해자 중심 원칙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피해자가 가해자의 실명 공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실명이 공개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문제가 충분히 설명됐으며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했다고 한다. 또한 김상담원은 “가해자들은 무심코 하는 자신의 언어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폭력예방및처리에관한시행세칙」 제 14조에 의해 가해자의 사전 동의를 조건으로 가해자의 공개사과조치를 했으며, 그 방법에 있어서 대자보 게시와 「연세춘추」에 사과 광고를 싣는 양자택일 중 대자보 게시를 선택했다. 대자보가 게시된 이후, 일부 대자보에서는 지나친 처사였다는 낙서가 발견됐고, 연세대 정보 공유 등의 커뮤니티에는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줄이어 올라왔다. 이를 두고 김상담원은 “이 같은 반응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나 다름없다”며 본래의 취지가 역효과를 불러온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덧붙여 이번 대자보 실명 공개에 대해서는 “이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해결된 사례며, 처벌이 아닌 조치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교육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 사이 성폭력 개념 차이나 하지만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이뤄졌더라도, 단순히 신체의 특정 부위를 거론했다는 이유로 실명을 공개한 대자보는 일부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재욱군(인문계열·1)의 말처럼 많은 학생들이 이 조치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총여는 홈페이지에 가해자 실명 공개원칙을 밝혔는데 부총여학생회장 권박미숙양(사회·3)은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됐고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권박양은 “실명 공개원칙을 지지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볼 때 현실적으로 그 수위를 낮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된다”고 말해 학생들 사이에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국장은 “학내 구성원 사이에 성폭력에 대한 개념과 그것을 인지하는 감수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개념차를 줄이는 방법은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성교육뿐”이라는 정국장의 말처럼 학내에는 성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아 본 경험도 없을 뿐더러, 어디서 담당하는지도 모른다”는 김은성군(신학·2)의 말처럼 학생들은 인식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조차 어두운 실정이다. 이에 권박양은 “우리대학교는 여학생처의 규모도 작고 상담원의 수도 모자란 상황”임을 지적한다. 또한 성교육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여학생처 박미자 주임은 “각 단대의 학생회나 동아리들에 성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해도 학생들 스스로 거절한다”며 성교육 시행에 어려움이 많음을 밝혔다.

대자보 실명 공개가 피해자의 요구에 대한 가해자의 수긍으로 이뤄진 점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성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가운데 이뤄진 ‘실명공개’는 오히려 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당사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에서 우선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비밀을 보장하고 처벌에 있어서는 조사위원회를 통해 객관적 사실 관계 파악을 통해 처벌 수위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그 처벌 역시 학내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우리대학교는 해결의 방식이 ‘실명공개’라는 강도 높은 조치였지만 처벌이나 조치의 수위를 결정하는 객관적인 조사기구는 부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해결 조치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합의는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이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노력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달우 기자  daruy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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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언어적 성폭력에 대해 가해자 실명공개가 된 대자보가 붙었다. /김성원 기자 whocare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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