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교수 연구팀, 우주가속팽창 학설 반박할 ‘스모킹 건’ 발견

우리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의 이영욱 교수(이과대·항성진화) 연구팀(아래 연구팀)이 우주가속팽창 학설의 오류를 발견했다.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우주가속팽창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이다. 

 

▶▶ 은하진화연구센터 이영욱 교수 연구팀의 모습. 연구팀은 학계의 주류로 받아들여지던 우주가속팽창학설이 허구일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 은하진화연구센터 이영욱 교수 연구팀의 모습. 연구팀은 학계의 주류로 받아들여지던 우주가속팽창학설이 허구일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우주가속팽창·암흑에너지는 없다?
주류 학설 깨뜨린 연구팀

 

현재 천문학계에서는 우주가 암흑에너지에 의해 점점 빠르게 가속 팽창한다는 ‘우주가속팽창 학설’을 주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학설은 초신성이 폭발하며 내뿜는 빛으로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연구 방식인 ‘초신성우주론’을 기반으로 한다. 존스홉킨스대 물리천문학과 아담 리스(Adam Guy Riess) 교수는 지난 2011년 이 연구방식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학설의 핵심 가정은 초신성의 광도가 모항성*의 나이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초신성이 내뿜는 빛이 모항성의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1월 미국 천체물리학회지(Astrophysical Journal)에 초신성우주론의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관측상 증거를 발표했다. 초신성의 광도와 모항성의 나이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였다. 이에 아담 리스 연구팀은 2020년 6월 반박 논문을 게재했다. 이 교수는 “반박 논문을 서둘러서 낸 티가 여기저기 났다”며 “아담 리스 연구팀이 반박을 위해 이용한 데이터가 오히려 우리 연구팀의 결과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11월, 연구팀은 재반박 논문을 냈으며 2021년 5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성공적으로 제삼자 검증을 실행했다. 현재 해당 논문은 로체스터대, 본대, 소르본대, 옥스퍼드대, 스페인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자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아담 리스 연구팀은 재반박 논문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게재된 선행연구에 이어 지난 19일 연구팀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우주가속팽창을 뒤집을 ‘스모킹 건’을 다룬 논문을 온라인으로 사전 게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아담 리스 연구팀의 반박 자료를 더욱 면밀히 분석해 초신성의 광도가 모항성의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벨상을 받은 우주가속팽창 학설과 암흑에너지의 존재가 허구일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초신성 연구 외에도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증거로 우주배경복사와 바리온음향진동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 교수는 “우주가속팽창 학설이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증명할 가장 직접적인 연구”라며 “다른 두 증거는 간접적인 방법일뿐더러 훨씬 복잡해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일축했다.

우주가속팽창 학설에 빨간불이 켜지며 전세계 천문학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초신성 연구, 우주배경복사, 바리온음향진동 연구 모두가 우주가속팽창 학설을 지지했던 과거와는 달리 우리 연구팀의 초신성 연구가 타 연구와 같은 결론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우주가속팽창을 기반으로 한 기존 표준 우주 모형의 대대적 변화가 필요함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우주 둘러싼 이해관계보다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열린 마음 필요해

 

연구팀의 논문이 학술지 게재를 허가받기까지는 무려 15개월이 걸렸다. 천문학 논문이 통상 제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게재되는 것과 비교해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됐다. 연구팀의 반박은 그동안 학계를 이끌어온 미국 천문학회와 노벨상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와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주류 진영에 도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전했다.

지난 2011년 아담 리스 연구팀이 우주가속팽창 학설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래, 우주가속팽창 학설과 암흑에너지를 기본으로 한 표준 우주 모델은 오랫동안 천문학계를 이끌어왔다. 이 교수는 “대학 강의에서 우주가속팽창 학설을 가르칠 정도로 이 학설은 마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암흑에너지에 관한 연구도 세계적으로 다수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암흑에너지를 더 자세히 밝혀내기 위한 수십조 원의 거대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라며 “암흑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학자들의 인생을 건 연구가 그냥 해프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계의 공고한 주류 진영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연구팀이 지난 2020년 논문을 완성해 처음으로 제출한 학회에서는 과반수의 참석자가 논문의 합리성을 인정했음에도 논문 게재가 거절됐다. 이어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논문을 제출했지만, 다시금 지난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학회에 논문 제출 후 1~2개월이면 받을 수 있는 1차 심사 보고서가 5개월이 지나 도착했고, 그 내용도 윤문일 뿐 과학적인 내용이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설의 합리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논문 게재가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른 학자들 입장을 생각해줘야 한다는 회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연구팀 학생들까지 앞으로 논문 게재가 어려울 수 있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국제학회가 줄줄이 취소되며, 연구팀은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다퉈볼 기회도 얻지 못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논문 게재 이후 세계 많은 학자들이 연구팀의 논문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지지하는 논문이 4편 발표됐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축적한 관측 결과와 상대 진영의 데이터를 분석해 후속 연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 교수는 “기존의 표준 우주 모형이 완벽하다는 입장보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며 “표준 우주 모델의 개선 가능성을 학계 동료들과 함께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천문학은 변방의 학문”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대한민국의 천문학 역사는 짧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팀은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우주’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글 김대권 기자
bodo_shyboy@yonsei.ac.kr
장호진 기자
bodo_ugogirl@yonsei.ac.kr

<사진 제공 우리대학교 홍보팀>

 

* 모항성: 초신성 폭발이 있기 전의 항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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