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늬 있는 집’과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을 만나다.

정부의 주거 정책에도 여전히 청년들은 불안정한 주거로 고통을 호소한다. 이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청년 주거 문제에 접근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의 주거 문제를 청년의 힘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터무늬 있는 집’과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에 시민들이 만드는 터무늬 있는 터,
 ‘터무늬 있는 집’

 

▶▶'터무늬 있는 집'의 삼양동 희망아지트
▶▶'터무늬 있는 집'의 삼양동 희망아지트

 

Q. 자기소개와 ‘터무늬 있는 집’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터무늬 있는 집의 성승현 연구원이다. 터무늬 있는 집은 시민이 함께 만들고 청년이 자치 운영하는 세대협력형 공유주택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개인과 정부에 맡기지 않고, 시민출자금*으로 청년이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 4월에 1호를 시작했으며 오는 8월부터는 ‘터무늬 있는 희망아지트’를 준비 중이다.

 

Q. 시민들의 출자금으로 청년의 주거를 공급하는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는가.

A. 시민 출자자, 입주단체, 터무늬제작소가 함께하는 구조다. 먼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뜻이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자한다. 관리책임자인 터무늬제작소는 출자기금을 모금, 관리하고 입주대상으로 선정된 청년단체에 전세 보증금을 지원한다. 입주 청년은 주택을 직접 관리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적 공익활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하며, 출자자와 청년 사이의 재능 공유가 이뤄지기도 한다.

 

Q. 시민출자금으로 청년 주거를 공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터무늬 있는 집 공급을 처음 시작한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수단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대책을 기다리기엔 당장의 청년 주거 문제는 시급했다. 시민의 여유자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전세 보증금으로 지원하면 청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부가 아니라 일정 기간 출자 후 원금을 전액 상환하는 방식이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금리 시대에 이자 대신 청년 주거난 해결이라는 가치에 투자할 선한 시민들이 충분히 많을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우리의 생각은 적중했고, 지금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Q. 주로 어떤 청년이 터무늬 있는 집에 입주하고 있나.

A. 지역에 정착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청년단체들이 입주를 희망한다. 터무늬 있는 집은 개인의 소득이나 취약함을 평가해 입주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청년단체의 지역 활동 비전을 중심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주거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년단체가 많다. 이들은 정기적인 소득을 보장받기 어렵지만, 단체로 모여 있을 때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계의 청년이 많이 지원한다.

 

Q. 터무늬 있는 집에 입주한 청년단체는 어떻게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가.

A. 각 구별로 운영되는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사무국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단체가 입주해있다. 연극 단체도 입주해 동네의 작은 공유 공간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연기 수업을 진행했다. 또 다른 단체는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Q. 터무늬 있는 집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A.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욕구가 나날이 퍼지고 있지만, 여전히 공동체 생활에 대한 니즈도 존재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공동체 단위로 함께 살고자 하는 청년단체를 지원할 것이다. 또한, 주거 이외에 청년의 생활 안전망을 보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주거 문제에 직면한 청년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사회적으로 개입하며 그들이 주도적으로 행동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청년의 미래에 계단을 만들다,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의 서울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의 서울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Q. 자기소개와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아래 해맑은 주택)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해맑은 주택 배정훈 대표다. 해맑은 주택은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한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실질적으로 진행해보고 정책, 모델, 사례 등 주거 솔루션을 제시하는 단체다.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청년 중심의 주거를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Q. 청년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가.

A. 사회주택**을 단순히 싼 값에 집을 제공해 주자는 방식으로 다루면 안 된다. 우리는 내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요자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주거비용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환산된다고 생각한다. 저렴한 주택과 공동체 생활로 적어도 청년에게 한 달에 20시간 이상 벌어주는 주택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주거 제공을 넘어 청년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Q. 청년 주거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사업의 시작 계기와 성과는 무엇인가.

A. 주거의 양적 공급이 이뤄짐에도 그 안에서의 실질적 삶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청년의 욕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듈러주택,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직접 만든 집’과 같은 사업들을 진행하며 청년 맞춤형 주택에 관한 데이터를 얻었다. 이러한 결과물들을 통해 청년의 주거 니즈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요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를 서울시에 제공했고 청년 주택 표준 모델, 주거복지 로드맵 사례에 일부 반영됐다. 또한 지역 대학생 맞춤 프로젝트, 고금리 청약인 청년 해맑은 적금 등 열악했던 주거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에 이바지했다.

 

Q. 사업을 하면서 청년 주거 정책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과거에는 최저 비용으로 공간을 공급하는 것만 목표로 해서 청년의 삶을 잘 고려하지 않았다. 반면 최근 청년 주거 정책은 주거 질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청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 주거만을 다루는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졸업한 대학생과 캠퍼스, 외부 기관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경험 프로그램에 주거 공간이 더해지기도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의 일환에서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교육 및 경험 프로그램과 주거가 함께 제공되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청년의 삶에 연관된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청년들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고 있다. 주거에 관해 새로운 실험을 펼치며 전례 없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한다. 그들의 시도가 청년의 주거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시민출자금: 주식회사가 아닌 조합 회사, 합명 회사, 합자 회사, 유한 회사 등의 기업에 시민이 자금으로 낸 돈.
**사회주택: 사회적경제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임대주택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사진제공 터무늬 있는 집, 해맑은 주택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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