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선고받은 졸업생들, 기자회견 개최해

지난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아래 민주노총 노조)가 정문에서 ‘노조 파괴 항의 벌금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아래 세브란스)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한 기자회견 이후 6일 만이다. 이번 기자회견의 발단은 무엇이며 노조는 어떻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을까.
 

▶▶지난 24일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서  2017년 세브란스 노조파괴에 항의해 고소당한 사람들이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고소인 ▲재학생 ▲시민단체는 세브란스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 24일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서 2017년 세브란스 노조파괴에 항의해 고소당한 사람들이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고소인 ▲재학생 ▲시민단체는 세브란스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해결을 촉구했다.

 

벌금형 받은 동문들, 고소당한 이유는?

 

민주노총 노조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세브란스와 청소용역회사 태가비엠이 부당노동행위를 공모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노총 노조는 같은 해 10월부터 노동부에 원·하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계속해서 고소해왔다. 결국, 세브란스는 2021년 4월 첫 공판에서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1873호 3면 ‘“병원이 민주노총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갈등이 약 5년간 이어지는 동안 세브란스와 학교는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해온 일부 청소노동자와 동문, 연대하는 시민들을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다. 민주노총 노조 류한승 조직부장은 “세브란스의 부당노동행위는 한 달 전에야 겨우 기소됐는데, 부당함에 항의한 사람들은 벌써 벌금형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2017년 세브란스의 노조파괴에 항의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열렸다. 사건의 발단은 같은 해 4월 8일, 우리대학교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창립 132주년 기념, 연·세 통합 60주년 기념식’(아래 기념식)에서 시작됐다. 기념식에는 김용학 전 총장과 의료원장, 신촌세브란스 병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소노동자와 동문, 시민들은 세브란스와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약식집회를 금호아트홀 앞에서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를 가로막는 학교 측과 집회 참여자 간 충돌이 발생했다. 결국, 집회 참가자 중 7명이 업무방해와 미신고집회 혐의로 세브란스로부터 고소당했으며, 3명의 동문을 포함해 4명이 기소됐다. 2019년 4월, 약식명령으로 총 1천 3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되자 이들 4명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정식재판에서는 충돌이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이 참작돼 총 28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고, 항소심을 거쳐 2021년 4월 판결이 확정됐다. 노조 측은 “소위 ‘미신고집회’와 ‘업무방해’ 혐의의 원인이 됐던 부당노동행위가 해결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벌금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피고소인 “학교가 부끄럽다”
세브란스 “묵묵부답”

 

기자회견에서는 ▲피고소인 ▲재학생 ▲시민단체 순으로 발언이 이어졌다. 피고소인 중 한 명인 김삼영 동문(신방·06)은 “우리는 기념식에서 청소노동자의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하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며 “세브란스 측이 고소로 우리를 탄압한 것에 대한 진상 조사와 징계를 진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또 다른 피고소인 박병연 동문(경제·08)도 “학교의 교격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며 노조 탄압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사회·02)씨는 “과거 김용학 전 총장은 청소·경비노동자와 연대하는 투쟁에 많은 응원과 칭찬을 남겼다”며 “그런데 이제 세브란스와 학교본부는 교내에서 피케팅을 한 이들의 표현의 자유와 노동3권을 짓밟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전히 세브란스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뜻만 내비쳤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세브란스 부당노동행위 소송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벌금형이 확정된 최근 항소심에 대해서도 “세브란스에서 고소한 건 맞지만 이후 소송 과정은 검찰과 법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전할 뿐이었다.

 

피고소인과 노조는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25일부터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나아가 우리대학교와 세브란스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전히 묵묵부답인 세브란스 측과 이에 맞서는 민주노총 노조 간 갈등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노사관계 회복을 위해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다.

 

 

글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김민정 기자
bodo_elsa@yonsei.ac.kr
한승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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