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요구와 방역수칙 위반 논란 등 집회를 둘러싼 이야기들

지난 8일 낮 2시 30분, 청소노동자들은 학생회관 앞에서 임금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아래 연세대 분회) 주도로 열린 집회는 약 1시간 동안 ▲민중의례 ▲경과 및 취지 발언 ▲투쟁발언 ▲노래 제창 ▲연대발언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집회에는 1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여 2020년 6월 코비 소속 노동자 부당해고 논란 집회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8일 학생회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약 160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학교본부에 ▲보안직 16명과 미화직 8명의 결원 충원 ▲청소노동자 시급 130원 인상을 요구했다.

 

올해 최대 규모 집회, 무슨 말이 오갔나?

 

지난 3월 26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고 청소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1869호 1면 ‘올해도 시작된 학교와 노조 사이 줄다리기’> 이번 집회는 예고된 ‘강도 높은 투쟁’의 일환이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당초 입장대로 학교본부에 ▲보안직 16명과 미화직 8명의 결원 충원 ▲청소노동자 시급 130원 인상을 요구했다.

연세대 분회 이경자 분회장은 투쟁발언을 통해 “우리대학교 적립금이 약 400억 원 정도 늘었다는 기사가 있다”며 “청소·경비노동자도 학교에 꼭 필요한 구성원으로서 임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 역시 투쟁 구호를 외치며 발언에 호응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총무처 총무팀 서기환 팀장이 발언대에 올랐다. 학교 관계자가 청소노동자 집회에서 직접 발언대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마이크를 잡은 서 팀장은 “적립금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며 올해 우리대학교 수입이 600억 원 이상 줄었다”며 “임금인상과 인원충원을 모두 하기에는 재정적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서 팀장이 내려간 이후에도 참가자들의 발언은 이어졌다. 주최 측 관계자는 “투쟁 중이던 다른 대학에서도 시급 130원 인상 합의가 완료됐다”며 “우리대학교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라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이어서 연대발언이 진행됐다. 연대발언에 나선 A씨는 “임금을 동결하고 인원을 충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은 더 많이 시키고 돈은 덜 주겠다는 말”이라며 “등록금 반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청소노동자 임금을 못 올려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가자 박주현(문화인류·18)씨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교는 답을 하지 않는다”며 “집회의 본질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요구안 둘러싼 입장차 여전
방역에 대한 우려도 커져

 

노조와 학교본부는 이날 집회와 관련해 ▲노조 요구안 수용 여력 ▲방역수칙 등의 쟁점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우리대학교 적립금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총 2억여 원 정도 금액도 인상하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서 팀장은 해당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며 “애초에 적립금은 용도가 지정된 기부금으로 이를 인건비로 지출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교본부는 재정상의 이유로 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모두를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 팀장은 “인상 금액의 규모와 무관하게 경영 여건이 허락할 때 임금인상이 이뤄지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금인상이 이뤄진 곳들은 다 작은 규모의 대학”이라며 “큰 대학일수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여파가 커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회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둘러싼 우려도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집회 인원은 4월 8일 기준 집회 신고 시 9인 이하로 제한됐다. 그러나 당일 집회에는 약 160명이 모였다. 서 팀장은 “이번 집회는 방역수칙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주변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일부 참석한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1년 넘게 노력 중인 우리대학교 방역 시스템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이 분회장은 “우리대학교 청소노동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마스크 착용, 참가자 명부 작성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학교와 노조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서 팀장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과인 만큼 학내구성원 모두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이 악화된다면 희생이 따라도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갈등 속 과연 노사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사진 노민지 기자
roe09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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