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뉴스 소비 트렌드를 파헤치다

“자랑 좀 해보겠슴. 오늘 좀 어려운
주제 많은데 꼼꼼히 정리해서 준비했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뉴스레터 ‘뉴닉’에 등장하는 문구다. 주요 이슈 3가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고슴도치 캐릭터 ‘고슴이’는 MZ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고슴이 배지, 티셔츠, 수첩까지 제작됐다. 뉴스를 읽어주는 고슴도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MZ세대는 왜 고슴이에 열광할까.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뉴스 소비 트렌드를 살펴봤다.

 

MZ세대는 뉴스를 다르게 읽는다

 

뉴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뉴스란 줄글 형태의 기사를 의미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이 일정한 순서로 배치되고, 정해진 문체와 형식에 따라 엄격하게 쓰인 기사다. 그러나 MZ세대는 예측 가능한, 규격화된 뉴스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뉴스 플랫폼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 신문으로 이동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 발표한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40대의 종이신문 열독률은 10.5%인 반면 20대의 종이신문 열독률은 1.1%에 불과하다. 반면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이용률의 경우 20대가 92.4%, 30대가 95%로 가장 높았다. 종이신문에 대해 정채린(20)씨는 “짧은 글이나 영상을 주로 접하다 보니 긴 줄글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김은미 교수의 「청년세대 뉴스 소비 관찰기」에 따르면 MZ세대는 뉴스 선택 기준과 선호도 면에서 기성세대와 차이를 보인다. 중장년층은 사회적 중요성에 따라 뉴스를 선택하는 반면, 청년층은 개인적 관련성이 높은 뉴스에 집중한다. 또한 정부 정책이나 정치권의 움직임 같은 공적인 사안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스토리에도 주목한다. 김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중장년층이 난민에 관한 UN 결의안에 관심을 갖는다면, 청년층은 난민 개개인의 스토리에 관심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이들에게는 관심 가는 세상사가 모두 뉴스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MZ세대를 겨냥한 ‘큐레이팅 뉴스’가 등장했다. 큐레이팅 뉴스란 독자의 관심과 취향에 맞게 뉴스를 선택, 재배치하고 가치를 부여한 뉴스다. 뉴스레터, 카드뉴스부터 다큐성 동영상 콘텐츠까지 모두 큐레이팅 뉴스에 해당한다. 뉴스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만 선별해 소개하고, 온라인 기사 링크를 별도로 첨부해 심층적 이해를 돕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MZ세대의 관심이 두드러지는 여성, 인권, 동물, 환경 등의 의제에 집중한다. 인스타그램에 기반한 카드뉴스 플랫폼 ‘1일1식’의 손효원 매니저는 “기성 언론의 딱딱함이 세운 장벽을 낮추고, 시사 이슈를 알기 쉬우면서도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큐레이팅 뉴스는 MZ세대 뉴스 소비의 주요 통로로 자리잡았다. 뉴닉은 발간 후 약 2년 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했으며, 유튜브 기반 동영상 스토리 서비스 ‘닷페이스’의 구독자수는 23.5만 명*에 달한다. 이는 사실 전달 위주의 저널리즘에서 해석과 가공의 저널리즘으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들이 새로운 형태에 뉴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큐레이팅 뉴스가 MZ세대의 눈길을 끈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주요한 특징은 ‘똑똑한 간결함’이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뉴닉은 뉴스를 보고서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긋거나 이모티콘을 활용한다. 1일1식은 매일 10장 이내의 카드뉴스를 통해 이슈를 전달한다. 손 매니저는 “아무리 정보량이 많고 복잡한 이슈라도 카드뉴스 10장 내에 담으려 한다”며 “직관적 설명을 위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패러디하거나 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1일1식 독자 전지수(21)씨는 “간결하고 핵심만 짚어준다는 점에서 줄글보다 카드뉴스가 뉴스 전달에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큐레이팅 뉴스는 별도의 화자를 내세우고, 친근한 대화체를 사용한다. 1일1식은 쿠키처럼 생긴 ‘국희’ 캐릭터를 통해 뉴스를 전달한다. 국희가 자신이 모은 저금통을 깨며 금융 관련 뉴스를 들려주는 식이다. 뉴닉 또한 기성 언론의 문어체 대신 고슴이가 ‘-했대’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친근한 말투를 사용한다. 고슴이 MBTI를 소개할 정도로 캐릭터를 섬세하게 설정하고, 뉴닉 발간 1주년을 기념해 구독자들과 고슴이 돌잔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손 매니저는 “캐릭터 중심으로 채널을 브랜드화할수록 구독자와의 관계성이 끈끈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자와의 친밀감을 쌓는 것은 뉴스 소비의 재미와 효능감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큐레이팅 뉴스에는 뚜렷한 정체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이 반영됐다. 지난 1월 발표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역 MZ세대 분석 및 제언」에서는 ‘MZ세대는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뉴닉 구독자들은 고슴이 팬클럽에 가입해 굿즈 키트를 받고 이를 SNS에 인증한다. 특정 미디어 소비를 통해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손 매니저는 “MZ세대는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며 “자신의 가치관과 결을 같이 하는 뉴스 콘텐츠에는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에도 부합한다. 지난 2019년 잡코리아가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9%가 자신이 ‘타임 푸어(time poor)’라 느낀다고 답했다. 시간 부족은 짧고 간편한 콘텐츠에 기반한 ‘스낵 컬처’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스낵 컬처란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뜻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손 매니저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정보원이 디지털화되며 스낵 컬처처럼 짧고 쉬운 형태의 정보에 익숙해졌다”고 진단했다.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담은 큐레이션 뉴스 또한 MZ세대의 열광 속에 스낵 컬처의 한 종류로 자리 잡은 것이다.

 

MZ세대의 뉴스에 정답은 없다. 이들에겐 세상 모든 이야기가 곧 뉴스다. 뉴스를 가공하고 소비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시대가 변하며 MZ세대의 뉴스가 변화했고, 새롭게 등장한 뉴스가 다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뉴스를 정의하고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보자.

 

* 발행일 기준 ‘닷페이스’ 유튜브 구독자 수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자료사진 1일1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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