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he Y
[독립서적] 유연한 몸, 유연한 마음, 유연한 삶4월의 독립서적, 『춤추고 노래하고 요가하는』
  • 이연수 기자
  • 승인 2021.03.28 23:20
  • 호수 64
  • 댓글 0

노년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한평생이 드러난다. 눈가의 꼬리 내린 주름은 그의 웃음 넘치는 일생을 담고 있다. 무언가 끊임없이 고뇌했을 이마에는 꼬불대는 주름이 자리 잡았다. 몸도 마찬가지다. 구부정한 허리, 앞으로 뻗친 목, 불균형하게 짚고 있는 다리는 평소 그 사람이 어떤 자세를 유지해왔는지 보여준다. 이렇듯 나이가 들수록 신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굳어져 간다. 『춤추고 노래하고 요가하는』의 작가 김이현씨는 10년 넘게 화물차 운전을 했다. 고속도로 위 앉은 자세로 굳어져 가던 삶은 요가를 만난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그의 유연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화물차를 운전하던 시절 작가는 유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병원에 다닐 정도로 허리가 망가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요가 수련의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균형을 잡는 자세는 나름 잘 따라갔지만, 유연성을 요구하는 자세는 서툴렀다. 그러나 시간을 들일수록 유연성은 점차 나아졌다. 반면 ‘이번 생에 안 되는’ 자세도 있는 듯했다. 양손으로 발을 잡은 채 두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고 몸을 숙이는 박쥐 자세가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이 자세를 뜻밖의 상황에서 성공한다. 인도의 국제적인 요가 행사에 참여하던 중 지역 언론사 카메라를 맞닥트린 채였다. 이번 생은 글렀다며 자포자기했던 심정이 허무하게도 그 동작은 작가의 유연성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10년 넘도록 뻣뻣하게 살아온 몸의 관성에 갇혀있던 것은 아닐까. 작가는 이를 통해 유연성은 ‘자신과의 대화’로부터 얻어지는 것을 깨닫는다. 긴장을 풀고, 몸과 대화하며, 내가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천천히 알아보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을 도전하며 삶의 관성을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몸의 유연성을 찾는 과정에서 작가는 마음의 유연성을 얻는다. 중요한 일로 긴장을 한 다음 날 어깨가 결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음 졸이는 불안한 상태가 근육의 경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불안감이든 기대감이든 무언가로 꽉 찬 마음은 몸의 긴장으로 나타난다. 반면 호흡과 움직임에 집중하는 요가 수련은 순간의 리듬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일상의 생각들을 밀어내고 마음속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요가 수련자들이 서로 나누는 ‘나마스테’라는 인사 또한 수련이 지향하는 말랑말랑한 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당신이 어떤 신을 믿든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의미다. 이 순간 자신의 생각과 고집은 잠시 내려둔다. 상대방을 편견에 쌓여 바라보는 경직된 마음은 요가 수련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작가는 요가를 시작하고 삶이 유연해지며 다채로워졌다고 이야기한다.

현란한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요가 수련자가 아니더라도 유연한 마음은 중요하다. 거센 바람이 불면 나무는 가지를 잃거나 상처를 입고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그러나 갈대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지나가길 기다린다. 이처럼 유연한 마음은 외부 자극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어느 하루의 작은 실패가 나무를 부러트리는 강풍이 아닌 갈대를 흔드는 산들바람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유연한 마음은 다양한 사람과 조화를 이룬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누군가에게도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며 평화를 빌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연한 삶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국의 한 연구팀이 ‘현대인의 미래’를 예측한 모형을 본 적 있다. 심한 거북목에 굽은 허리, 팔다리는 유난히 부어있는 인간 모형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모형 사진을 보던 찰나 황급히 허리를 펴고 턱을 뒤로 밀며 자세를 바꿨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 몸은 더 굳어가고 있다.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가 전자 기기가 됐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을 오랜 시간 하다 보면 우리의 몸은 10여 년 전 화물차를 운전하던 작가의 경직된 몸을 닮아간다. 앞서 영국의 연구팀은 모형이 20년 뒤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거리두기는 이를 10년 정도 앞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 유연한 마음 또한 어렵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달려야 하는 것이 세상의 리듬이다. 마음속에 빈 공간이 생기는 순간은 아마 잠자는 시간뿐이 아닐까.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사회는 우리가 얼마나 뻣뻣한 생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유연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수련은 비단 요가원을 가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수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고 보낸 하루에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만드는 것이다. 일상 속 어느 공간이든 작가가 유연한 삶을 배웠던 요가 매트가 될 수 있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의식적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굳어져 있던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당신의 치열한 삶 속에서도 유연함을 챙기길 바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나마스테’

글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자료사진 이후북스>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