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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개인의 이익을 사회와 공유할 수 있을까코로나 이익공유제와 상생적 자유주의
  • 김서하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3.29 00:42
  • 호수 64
  • 댓글 0

지난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의 정태호, 조정식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의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해당 법안을 두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4월호 이슈브리핑에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이익공유제, 그게 뭔데?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기업의 초과 이익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과 공유하는 제도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이익을 얻은 계층이 한쪽을 돕는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한다”며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 사회경제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심해진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이익 일부를 자발적으로 공유해 불평등을 줄이자는 취지로 제안된 것이죠. 이익 공유를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및 금융지원, 공정거래평가 시 가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익공유제 관련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아래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간의 자발적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 정책으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2012년 동반위는 대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초과이익공유제의 하부 실행모델을 삭제한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거론돼 왔던 기존 이익공유제의 시행 대상은 공동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원청)과 시장 위험을 공유하는 중소기업(하청)으로 한정됐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한 경우, 그로 인한 원가 절감에 대한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기존의 이익공유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기존의 이익공유제가 시행 대상을 공동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한정한 것과 달리,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공동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별개 기업 간의 이익 공유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관련 업체에 국한됐던 수직적 공유를 수평적 공유로 범위를 넓혀 진행하겠다는 의미죠. 이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코로나19의 특수를 누린 비대면 플랫폼 기업들이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배달량 급증으로 호황을 누린 배달의 민족에 지난 2월 시범 적용이 시작됐습니다.

“양극화 해소 방안” vs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

그러나 이익공유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대 여론이 오차 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각각 찬성 응답이 44.8%, 반대 응답이 49.6%로 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익공유제를 찬성하는 입장은 해당 정책이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 주장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비가 감소하면서 내수 경제는 매우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재난의 크기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을 비롯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실정은 더욱 심각해진 현실에 비해, 비대면 플랫폼 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이처럼 고소득 계층과 저소득 계층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들은 이익공유제를 실시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미국 등의 사례를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익 공유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3.6%는 이익공유제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건국대 국제비즈니스학부 김원식 교수는 “기업이 주인인 주주의 동의 없이 이익을 공유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주주는 기업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익의 일정 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이익배당청구권을 가지는데, 해당 이익의 일부를 이익 창출과 무관한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나눠줄 경우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는 의미죠.

나아가 자본주의의 토대인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이익 공유는 기업의 이윤 추구 동기를 위축시키고, 성장 동력을 약화시킵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서울 소재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협력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기업의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 약화’라 답한 응답자가 48.5%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동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별개 기업 간 이익 공유로 논의가 확장되며 비판이 거세지는 추세입니다. 김 교수는 “기업은 계속 성장해야 존재할 수 있다”며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부문에 돈을 주라는 이야기는 의미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숭실대 법학과 전삼현 교수 또한 “어떠한 형식을 취하든 기업의 강제적 참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상생을 말하려면

지난 2011년 처음 등장한 이익공유제의 개념은 1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를 뜨럽게 달궜습니다.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했음에도 유사한 논의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우리가 옳다고 믿어온 가치가 더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함을 시사합니다. 이익공유제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결점을 가진 제도임은 분명하지만, 법안 발의 취지에는 사회 양극화를 자본주의 원리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나우엔서베이에서 실시한 ‘2020 경제 양극화 및 대응책에 대하여’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6%가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 교수는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 문제는 거대 담론의 지속적인 핵심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즉 이익공유제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본주의 체제를 이끌어온 자유와 경쟁의 원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역할은 그저 수익을 극대화하고 법인세를 열심히 내는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 방안은 정부 차원에서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전 교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경제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성장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국가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와 평등 실현이라는 명목하에 기업의 희생과 배려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죠. 특정 경제 주체의 이익을 무조건적인 공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이에 최근에는 자유와 평등의 절충안인 ‘상생적 자유주의’의 개념이 제시됐습니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이근식 교수는 저서 『상생적 자유주의』에서 ‘자유주의의 기본 관점인 개인주의로는 사회가 함께 대처해야 하는 공동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상생적 자유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상생적 자유주의는 자유에 따른 경제적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평등에 대한 고려를 통해 상생 방안을 모색합니다. 전 교수는 “상생을 하면서도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면 ‘상생’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익공유제 관련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상상만으로는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이분법적 찬반 논의에서 벗어나 ‘상생’과 ‘성장’,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협력이익배분제: 지난 2013년에 시행된 제도로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사전 약정에 따라 일부 우수 협력사와 나눈다.

**협력이익공유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목표 판매액, 이익 달성 시 사전에 계약한 대로 나눠 갖는 성과 제도로 지난 2018년 현 정부에서 법제화 추진 계획을 논의했었다.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김서하 김지원 기자  seoha03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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