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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는 성과연봉제, 해결책은 어디에용인세브란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 돌아보기
  • 조성해 김서현 김다영 기자, 정민석 수습기자
  • 승인 2021.03.28 21:16
  • 호수 1869
  • 댓글 0

지난 2월 28일,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아래 세브란스 노조)은 용인세브란스병원(아래 용인세브란스)의 성과연봉제를 비판하며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이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가 진행 중이다. 병원 측과 노조는 2019년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두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신촌세브란스 병원 본관에서 진행된 세브란스노동조합의 성과연봉제 폐지 피켓 시위 모습. 성과연봉제를 비롯해 임금체계 혼재 등 급여 체계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성과연봉제, 대체 뭘까?

용인세브란스는 지난 2019년부터 신규 입사한 ▲직원 ▲간호사 ▲의료기사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란 기본급에 성과에 따른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는 임금체계다. 개인의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전통적인 호봉제와 구분된다.

그러나 성과 기반의 급여제도가 의료계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의료업은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 노조 정책홍보국 정하림 국장은 “간호 서비스의 경우 환자가 안정을 유지하게끔 정신적으로 돌보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료서비스 특성상 서비스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계의 성과연봉제는 결국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료인에게 높은 성과, 특히 가시적인 성과를 좇게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복잡한 진료와 과도한 약품의 사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불필요한 처방과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 국장은 “환자 유치에 대한 경쟁을 유발해 환자 개개인에 돌아가는 서비스 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중환자실 성과는 마이너스로 표현해야하냐”며 “환자는 성과로 표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019년 용인세브란스에 입사한 직원 A씨 역시 “병원 특성상 성과를 낸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다”며 “환자가 아파야 수익을 얻는데 그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직원들 사이의 역차별 ▲성과지표 부재로 인한 임금동결 ▲조직문화 악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용인세브란스는 신규직원들에 한정해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어 여러 임금체계가 혼재된 상태다. 800명의 근무자 중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신규직원은 700명이며, 구 용인세브란스 근로자는 신급여제*를, 2019년 이전 강남·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넘어온 근무자는 호봉제를 적용받는다. 결국 동일한 업무를 부담하는 근로자들끼리 다른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체계별로 기본적인 지급 틀이 달라 구 용인세브란스 근로자는 신규 입사자들에 비해 경력이 높고 교육 등의 업무가 더 많음에도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역차별적 요소로 지적된다.

현재 용인세브란스 성과연봉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의 부재다. 성과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은 3년째 임금동결 상태로 기본급만 받고 있다. 정 국장은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의료원은 4년 내에 지표를 마련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직 내 잡음도 예상된다. 병원은 구성원 간 협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이 실적을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협업이 어려워진다. 정 국장은 “성과 측정을 위한 평가가 불필요한 경쟁과 압박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또한 A씨는 “성과 지표가 마련돼 성과연봉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다들 기피할 것”이라며 “비교적 조직문화가 잘 잡힌 병원인데, 직원들 간 신뢰가 깨져 화합을 망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옥상 난간에 성과연봉제 폐지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화성에서 온 노조,
금성에서 온 의료원

지난 2019년 7월 26일, 용인세브란스는 성과연봉제 도입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신고했다. 약 한 달 전인 6월 2일 노사협의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준비나 결정은 없는 상태라고 밝힌 것과는 달랐다. 의료원 측은 성과연봉제를 직원의 능력에 따라 임금을 ‘더 주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신촌·강남세브란스병원에 비해 수익이 적은 용인세브란스의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실제로 용인세브란스 예산의 상당 부분이 강남·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온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취업규칙에 따라 지난 2019년 9월 16일 이후 입사자들에게는 성과연봉제가 적용됐다. 성과연봉제가 실무에 적용된 후 ▲직원들 사이의 역차별 ▲성과지표 부재로 인한 임금동결 ▲조직문화 악화 등 문제점들이 나타나자 결국 사측은 성과연봉제의 허점을 인정했다. 2020년 9월 29일, 용인세브란스는 임금협약을 체결하며 직원들의 급여 개선을 위한 노사 협의체를 구성해 2021년 2월 28일까지 합의안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노사 동석으로 구성된 ‘성과연봉제 실무 TF’(아래 TF)가 구성됐다. 그러나 TF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임금협약에서 약속된 ‘급여 개선 노력’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측은 성과연봉제의 수정 및 보완을 내세우는 한편, 노조는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해 갈등을 빚었다. TF는 약 5개월간 아홉 차례 회의를 거쳤으나 결국 당초 해결 기간이었던 2월 28일까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해산했다.

세브란스 노조 측은 “연맹 추진과 피켓시위, 대중선전과 같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정 국장은 “의료원은 지난 2008년에도 ‘신급여제’라는 새로운 급여체계 도입으로 인한 혼란을 회복하느라 오랜 시간을 썼다”며 성과연봉제가 야기하는 혼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환자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성과연봉제는 공익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병원은 개인에게 진료를 제공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도덕적·윤리적 의료 환경 조성은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급여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급여제: 지난 2008년, 세브란스가 도입한 상여금 기반의 새로운 급여체계

글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김서현 기자
bodo_celeb@yonsei.ac.kr
정민석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조성해 김서현 김다영 기자, 정민석 수습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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