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들의 고충을 직접 들어보다

*본문 속 엘리사와 라리사의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한 뒤 한글로 번역했습니다. 또한 좌담회 내용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임을 밝힙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우리대학교에는 지난 2020년 기준 1천279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는 학내 구성원 중 절대 소수라고 볼 수 없는 숫자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더욱 고충이 예상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온라인 좌담회를 통해 들어봤다. 조하안(국문·18, 아래 하안), 박군(경영·18, 아래 군), 라리사 니나 알브레히트(Larissa Nina Albrecht)(PSIR·19, 아래 라리사), 엘리사 비쇼프(Alyssa Bischoff)(PSIR·19, 아래 엘리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Q. 한국, 그중에서도 우리대학교와 지금의 전공을 선택해 유학 온 이유가 궁금하다.

하안: 한국에 오기 전 6~7년 정도 미국에 있었는데, 한국인 친구들과 친한 선배의 영향으로 연세대에 오게 됐다. 인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군: 나 역시 친구 추천으로 연세대를 선택했다. 중국에서는 토목학을 전공했는데 다른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고, 창업 계획도 있어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했다.
엘리사: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어를 배울 기회는 부족했다. 수업은 영어로 들으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수업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UIC 진학을 결심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아 정치학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UIC 안에 정치외교학 전공이 있다는 점도 좋았다. 
라리사: 한국에서 100% 영어 과정으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학교는 연세대가 유일했기에 지원했다. 국경과 국가 정체성이 흐려지는 흐름 속, 연세대에서 ‘세계 시민’이라는 개념을 공부하고 싶었다.
 

Q. 우리대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나.

하안: 우리대학교의 각종 홈페이지에는 영어 설명이 자세하지 않아서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국제처 홈페이지에 게시된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영어 설명도 빈약한 편이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제외하고는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다.
라리사: 행정부서에 영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많지 않다. 일례로 국제캠의 UIC 행정팀에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직원이 한 명뿐이었다. 국제처는 전화를 잘 받지 않아 소통이 더욱 어렵다. 전화를 걸었는데 연이어 세 번씩 받지 않은 적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질문을 남겼는데 답변을 받기까지 5일이 걸린 적도 있다. 국제처는 외국인 학생들을 자주 응대하는 부서인데, 이 같은 소통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우리대학교 한국어학당의 ‘대학한국어과정’은 초·중·고급 1·2급 총 6개 단계로 분반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만족하나.

엘리사: 만족하지 않는다. 한국어학당에서 1학기 동안 배운 것보다 학원에서 4주간 배운 내용이 더 많았다. 원래 한국어학당에서 초급 수업을 수료하면 TOPIK 2급은 통과할 거라고 들었지만, 수업을 다 들은 뒤에는 그보다 낮은 1급도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만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이후에 다닌 한국어 학원에서는 수업 단계도 12개로 세분돼있었고, 수업 내용이 더 자세해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우리대학교에서만 한국어를 배웠다면 절대로 지금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Q. 유학생에게는 다양한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도 무척 중요할 것 같다. 우리대학교가 유학생에게 제공하는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라리사: 현재 우리대학교는 한국인과 유학생들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나는 한국인 친구들이 있지만 모두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들이다. 한국에서만 자란 한국인 친구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학생들과의 교류를 돕는 프로그램도 들어본 적이 없다.
군: 학년이나 과·반 단위별로 진행되는 개강총회, MT 등 학생 전체 행사는 있어도 유학생에게만 제공되는 교류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다.
하안: 유학생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비공식적인 면담 행사는 참석한 적 있다. 우리 학과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거의 없어 과·반 단위 행사에는 참여하기가 힘들었다. 
 

Q. 우리대학교에는 총(總), 단과대, 학과 단위로 학생회가 존재한다.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학생회로부터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을지 궁금하다.

하안: 학생회와 관련된 포스터는 봤지만, 학생회로부터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한국보다는 미국의 대학교 학생회가 학생들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많이 도와주는 것 같다.
군: 중국에서 다닌 대학교의 학생회가 한국보다 친숙한 느낌이었다. 학생회 등 학생 단체가 많다는 건 알지만, 어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할 때 학생회보다는 지도교수님을 찾아갔다. 추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학생회가 학생들끼리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엘리사: 지난 2020년에 <Mate>가 총학생회였다는 것, 또 <Mate>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공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학생회가 외국인 학생들의 입장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 이 좌담회가 내가 외국인 학생으로서의 고충을 공식적으로 털어놓는 첫 자리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Q. 군은 인천에서, 하안은 신촌캠 근처에서, 라리사와 엘리사는 친구들과 자취를 하고 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자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유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본부가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군: 지난 2019년 2학기에는 입사를 신청했지만 탈락했고, 이후에는 코로나19로 기숙사에서 유학생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자취를 하게 됐는데, 자취할 경우 기숙사에 있을 때보다 돈을 낭비하게 된다. 유학생들은 보통 방학 때 본가로 귀국하기에 방학 기간인 2~3달 동안 자취방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엘리사: 우리대학교 기숙사는 경쟁이 치열해서 입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본부가 정부와 협업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또한, 학교본부에서 외국인들이 따라야 하는 주거 관련 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외국인은 이사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2주 이내에 보고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내 주위 외국인 친구들은 아무도 이것을 몰랐다.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5만 원의 벌금을 낸 친구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학교본부가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코로나19로 우리대학교, 그리고 전 세계가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유학 생활은 어땠나.

하안: 코로나19나 비대면 학기에 대해서는 외국인과 일반 한국인 학생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공유할 것 같다. 특히 온라인 수업에서는 원활히 소통하기가 어려워 힘들다.
라리사: 지난 2020년 2학기에는 스위스로 돌아가 수업을 들었다. 한국과 스위스 사이에는 7~8시간의 시차가 있어 새벽 한 시에 일어나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들었다. 이 시차로 인해 행정 업무 처리도 어려워 결국 다시 한국에 왔다. 우리대학교에 입학한 직후인 2019년 2학기는 대면 학기였기에 비대면 학기에 적응하는 데 더 애를 먹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공부하길 선택한 사람들이다. 혹자는 그들이 한국에 스스로 온 이상, 알아서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의 더 크고 세심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글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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