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연 (문화인류·21)

문화인류학과 1학년으로 갓 입학한 필자는 독자들이 잘 모르는 한 부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네이로크(Naerok) 사람들은 태평양과 맞닿아있는 아시아 대륙 끝 쪽에 살고 있다. 그들의 조상은 구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전투를 벌이면서 남부 인도와 미얀마를 거쳐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됐다. 지금부터 독자들은 그들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네이로크 여성들은 ‘외모’를 사회관계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거주지 밖으로 나가려면 머리를 불에 지지고, 얼굴에 화려한 문양을 그려야 한다. 본인의 외모에 만족하지 않는 여성들은 그들의 ‘신’을 찾아가 피부에 상처를 낸 뒤, ‘노실리스(Nocilis)’라는 특수물체를 넣어 신체 형태를 바꾼다. 바뀐 외모에 그들은 큰 희열을 느끼며 이에 중독 증세마저 보인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외모 자랑 대회에서 인정을 받은 여성은 남성들로부터는 구애를, 여성들로부터는 존경을 받게 된다. 평생 부와 권위를 누리며 살기 위해 여성들은 이 대회만을 기다린다.

반면 외모를 가꾸지 않는 여성들은 사회에서 도태된다. 무언의 사회적 압박으로 그들은 극단적인 은둔 생활을 자처하고,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네이로크 사람들의 삶을 불쌍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공동체의 족장인 ‘네디서프(Nediserp)’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으며, 대부분의 네이로크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네디서프의 자리는 주기적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맞는 족장을 선출하고자 한다. 이들이 족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민주적인 듯 보이지만 네디서프에게 비옥한 땅과 값비싼 보석, 심지어 본인의 딸을 바치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한다. 반대로 족장이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에는 음모를 꾸미는 등의 이기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네이로크 사람들의 교육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 한 인류학자는 그들과 충분한 라포(rapport)*를 형성해, 그들의 교육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모든 네이로크 사람들은 그들이 태어난 지 8년째가 되는 해부터 9년간의 기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매년 무엇을 배울지는 네디서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오후에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들을 ‘메다카(medaca)’라는 교육 기관에 보낸다. 우리는 이 기관의 교육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몇 명씩 짝을 지어 좁은 방에 들어가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줄 ‘레흐??rehceat)’도 함께 들어간다. 네이로크의 언어와 역사, 영어 등을 배운 뒤 네이로크의 학생들은 혼자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곳에 다시 갇혀 제대로 먹거나 자지 못한 채 공부를 이어 나가야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괴로움을 느끼지만, 부모들은 엄청난 쾌감을 느끼며, 메다카를 맹목적으로 따른다. 여기서 네이로크 사람들의 가학적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자녀들은 부모들의 이러한 성향을 잔인하다고 여기지만, 그들 역시 부모가 되었을 때는 동일하게 행동한다. 반대로 몇몇 학생들은 스스로를 옥죄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피학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이 보기에 다소 극단적인 교육 방식을 여러 네이로크 사람들은 이겨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음을 택하거나 부모를 죽이기도 한다.

높은 자살률과 낮은 행복도를 지닌 이 부족의 삶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진다. 스스로를 괴롭히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네이로크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서 사는 원시부족일까?

놀랍게도 ‘네이로크(Naerok)’는 ‘한국인(Korean)’을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네디서프(Nediserp)’는 ‘대통령(President)’을, ‘메다카(Medaca)’는 ‘학원(Academy)’을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이 글은 현대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를 몇 가지 명칭만 바꾸어 쓴 것이다. 독자들은 이제 네이로크 사람들이 한국인들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다시 읽어보자. 

호러스 마이너(Horace M. Miner)의 『나시르마 부족의 몸 의례』에서 소개하는 ‘문화 낯설게 보기’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너무 당연시했던 것, 혹은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던 것으로 시선을 돌려준다. 

우리는 때때로 자국의 문화를 잣대로, 먼 곳에 살고 있는 부족들의 삶을 야만적이라고 여기는 자문화 중심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한국의 문화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인류학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라포(rapport):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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