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재테크는 튼튼한 동아줄일까

청년 재테크 열풍에는 안정적 삶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다. 많은 청년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주식시장에 진입한다. 이는 깜깜한 미래에 조금이라도 빛을 들이고자 하는 소망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재테크는 청년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청년 재테크의 영향을 분석해보며 재테크가 청년의 삶에 튼튼한 동아줄이 될 수 있을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청년 ‘개미’의 커지는 목소리
작아지는 누군가의 목소리

 

지난 2020년 ‘동학개미*’가 등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자자가 빠지면서 국내 주식의 급락세가 감지됐고 이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 매수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이끌었다며 그들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중 단연 ‘청년 동학개미’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新머니무브! 자산관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는 2030세대가 부상하며 개인투자자들이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청년 재테크 열풍에 증권 시장이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소통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전략에 속도를 낸다. 지난 2월 토스증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앞세웠다. 이러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청년층이 증권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구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 투자자의 목소리는 증권 시장에 이어 정치권에까지 퍼지고 있다. 실제 정부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추세다. 지난 2020년 7월 기획재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산 ‘2020년 세법개정안’을 수정했다. 당초 개정안은 오는 2023년부터 기존 2천만 원이 넘는 수익에 양도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반발 이후 공제 한도액을 5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3월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처를 5월 2일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 결정에 개인투자자들의 세력화된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청년투자자를 고려한 정책도 나오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청년을 위한 재테크 컨설팅 플랫폼 ‘서울 영테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 후보는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꿈꾸고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청년이 재테크를 통해 꿈꾸고 도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한영섭 소장은 청년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한다. 한 소장은 “금융교육에서 만난 조건부 수급자 청년들은 주식을 다른 세상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 소장은 “20대 자산을 분석하면 평균값과 중앙값의 차이가 다른 세대보다 심각하다”며 20대 세대 내 자산불평등을 지적했다. 평균값보다 낮은 중앙값은 상위 계층에 자산이 집중돼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0세~34세를 대상으로 이뤄진 경향신문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재테크 12개 분야 중 4개 이상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는 ‘적극적 투자자’의 64.9%가 자신의 계층을 ‘중상’ 또는 ‘상’이라 답했다. 이처럼 투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에 고소득 계층이 큰 비중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이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경우, 나머지 청년의 목소리는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재테크가 청년 문제로 부각되면서 그 외 안건들은 뒤로 밀려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아래 서울선거대응청년넷)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주식과 관련된 공약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평등을 위한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오 후보의 공약과 관련해 “정치인은 최저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불평등 해소에 대한 어떤 원칙도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서울선거대응청년넷이 제시한 ‘청년 4원칙’은 성평등, 불평등, 기후위기, 민주주의 일상화를 포함한다. 이처럼 정치권에는 주력해야 할 청년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청년 재테크 열풍이 강하게 조명되면서 한정적인 관심과 재원이 부동산, 주식 쪽으로 집중되는 상황이다.

 

재테크 열풍은 청년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재테크 열풍은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오히려 자산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점도 등장했다. 한 소장은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시장이다”라며 “주식에는 심리 게임이 작용하기에 자본이 여유로운 사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특히 단기투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심리적 요소가 더욱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부동산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주식시장에 뛰어들고는 있지만 적은 자본으로 그들에게 성공적인 장기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재테크 열풍이 불러온 자산 불평등의 심화는 실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국세청의 ‘2019년 배당 소득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의 배당 소득은 10조 3천937원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50%의 배당 소득은 416억 원으로 전체의 0.2%에 그쳤다. 이에 이자배당 소득의 고소득층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 빈부격차가 심화될 것이라 전망이 나온다.

금융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 주가 버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점도 존재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5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의 괴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투입된 유동성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물경제 침체에 비해 나날이 갱신되는 코스피 최고치 기록과 급등한 부동산에 대한 우려다. 이에 자산 가격의 버블이 터질 경우 구조적 불황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지난 2020년 발표한 ‘금융안전보고서’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현상은 추후 경기회복에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할 경우 개인투자자 또한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 ‘영끌**’과 ‘빚투***’ 현상이 확산함에 따라 이들이 주가 폭락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손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년 사회에 불고 있는 재테크 열풍은 ▲재테크 외 청년 문제 소외 ▲자산 불평등의 심화 ▲주가 버블 위험 등의 문제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영끌', '빚투'와 같은 무리한 재테크 없이도 청년이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주식해서 집 산다?
재테크 없이도 기본적 삶 가능해야

 

재테크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빚내서 투자하는’ 현재 청년 투자의 흐름을 지지하기보다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소장은 “빚투와 영끌 등 청년들의 무분별한 투자는 사회적 실패를 의미한다”며 “그들이 미래를 주식과 같은 불확실한 투자에 기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노동 소득이 더는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 믿기에 더욱 투자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청년들의 재테크 열풍이 고용 불안 등의 사회적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한 소장은 “자산 투자 없이도 의식주를 조달할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재테크보다도 불평등 완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할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주식하지 않아도 될 권리’, 즉 재테크 없이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이승철 교수 역시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사회 복지 제도 확충이나 기본 소득 등에 관한 논의가 먼저 시작돼야 한다”고 전했다. 재테크로 개별적 성취는 가능하지만, 보편적인 경제적 자유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테크 열풍에 주목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방향보다는 재테크 열풍이 시사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 재테크 열풍은 불안정한 사회에서의 안정된 미래를 위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재테크가 경제적 자유의 실현을 위한 유일한 방안은 아닐 것이다. 재테크 없이도 청년들이 안정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동학개미: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표현한 신조어

**영끌: ‘영혼을 끌어 모으다’의 줄인 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자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

***빚투: ‘빚내서 투자한다’의 줄인 말

 

글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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