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시대, 밀레니얼이 온다』의 저자 김용준 기자를 만나다

68만 9천176명. 지난 한 해 동안 주식 투자에 뛰어든 20대 인구수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주 현황」에 따르면 전체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 중 20대 비율은 지난 2019년 6.2%에서 2020년 11.8%로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4050이 주를 이루던 주식시장의 판을 바꿔놓고 있다. 『주식의 시대, 밀레니얼이 온다』의 저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김용준 부장을 만나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코드, ‘주식’을 파헤쳤다.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김용준 부장은 『주식의 시대, 밀레니얼이 온다』에서 증권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보이는 특징을 분석했다.

Q.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 투자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주식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보통 취업이나 진로, 혹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식당에 가거나 거리를 돌아다니면 주식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아 놀랐다.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예탁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20대 주식투자인구는 38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20대 주식투자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래서 왜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에 뛰어드는지,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일지 알아보고자 했다. 더불어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의 주식 투자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Q.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 투자를 ‘적은 자본, 모험적 성향’으로 설명했다. 기성세대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A.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축적된 자본이 적다. 적은 자본은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진다. 한 달에 10억 원을 투자해 3%의 수익을 얻는 것과 300만 원을 투자해 3%의 수익을 얻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한 달에 3천만 원을 벌지만, 후자는 9만 원밖에 얻지 못한다. 따라서 ‘이렇게 투자해서 언제 돈을 모으지’라는 생각에 모험적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특히 이미 비트코인을 경험한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과감하게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아가 ‘젊음’이 본질적으로 모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책임의 정도가 작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자식이 있는 기성세대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 어렵지만, 청년 세대는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러한 특성으로 청년층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두드러진다.

 

Q. 밀레니얼 세대는 연예인, 게임, 영화 등 개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는 ‘라이프스타일 투자’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신이 잘 모르는 종목에 투자했을 때 아무도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 모두 본인 책임이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이 평소 잘 알던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워런 버핏은 마트에서 아내와 장을 보며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생소한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밀레니얼 세대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받고 네이버에서 웹툰을 보고 쇼핑도 하는 젊은 세대들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그 결과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굉장히 올랐다.

 

Q. 20대 주식 투자자가 늘어나며 ‘주가꿈비율(PDR)*’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꿈’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정량화해 주식 투자에 반영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A. 주식의 본질은 ‘꿈’이다. 주식은 꿈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작게는 특정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이익을 내기를 바라는 것부터 크게는 테슬라 같은 회사가 성장해서 우리를 우주로 데려다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 ‘꿈’이다. 당장의 수익률은 낮은데 주가는 높은,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러한 주식의 본질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도 부합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세대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자동으로 한 켤레가 기부되는 ‘탐스 슈즈’에 열광하는 게 그 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가치 소비가 주식 투자에도 반영됐다. 본인의 꿈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다.

 

Q. 저서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빚투’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을 보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에게 빚은 거부의 대상이 아니며, 사회에 들어와 부를 쌓는 기간이 짧았기에 빚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빚투’의 빚은 대출과 성격이 다르다. 학자금 융자로 인한 빚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투자라 생각한다. 전세자금 대출도 마찬가지다. 자본으로 축적돼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면 100에서 시작해도 0이 될 수 있는 게 주식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없어지는 자산이 돼버릴 수 있다. 빚을 갚을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기회가 왔을 때도 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밀레니얼 세대가 빚내서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빚을 내 투자하는 것보다 적은 자본으로 오랫동안 투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당장 1, 2년 안에 끝장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주식 투자에 평생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올해는 10만 원, 내년엔 20만 원, 다음 해엔 30만 원씩 투자하는 식으로 금액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면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10년, 20년 뒤엔 어마어마한 부가 쌓일 것이다.

 

Q. 주식 투자에 뛰어든 밀레니얼 세대에게 조언 부탁한다.

A. 자기 논리가 있어야 한다. 현재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 회전율은 다른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식은 단순히 사고파는 것을 넘어 기업과 관계를 맺는 행위다. 자기 논리가 합당한 주식을 사서 끈기 있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주가는 언젠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나아가 상상력을 갖춰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허황된 고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웹툰이 있다. 기성세대 입장에선 황당하다고 생각됐던 웹툰이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나타났다. 웹툰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네이버는 세계 웹툰 시장 1위 플랫폼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며 세상은 상상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궁극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A. 주식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주식 투자 인구수가 900만 명을 넘었다. 주식을 하지 않더라도 주식의 영향력을 피할 순 없는 시대다. 예를 들어 밀레니얼 세대가 취업을 하면 회사의 주가 변동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주식은 이미 우리 삶 옆에 와있다.

나아가 처음으로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국민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본래 반기업 정서가 강한 국가였다. 재벌 기업이 성공하면 그 이익은 기업 총수 일가가 나눠 가졌다. 반면 재벌 기업이 실패하면 국민이 그 손실을 책임져야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식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 인구가 천만 명에 달한 지금은 다르다. 대기업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처음으로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국민과 일치하는 변곡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밀레니얼 주주 시대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A. 밀레니얼 세대는 동적인 주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물론 10년 뒤에도 보유 자산의 양은 기성세대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는 카카오, 네이버의 뒤를 이을 새로운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끌어올릴 것이다. 소비시장의 주체이자, 주식시장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밀레니얼들의 주식 투자에는 ‘내 삶을 내가 바꿔보겠다’는 다짐이 반영됐다’고 이야기한다. 힐링, 멘토, 위로 등의 수동적 트렌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20대 주식 투자자가 백만 명을 돌파한 지금, 주식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밀레니얼들의 행보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가꿈비율(PDR): 현재 주가를 꿈으로 나눈 지표. 기존 투자 지표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높은 주가에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반영돼있다는 해석과 함께 등장했다.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사진 노민지 기자
roe09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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