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왜 재테크에 빠졌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테크 열풍이 세게 불었다. 자산 시장을 둘러싼 움직임 가운데서도 눈에 띄었던 것은 청년 세대의 진입이다. 본래 자산규모가 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곳에 이들은 어떠한 연유로 등장하게 됐을까. 『The Y』가 재테크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자산시장에 ‘등판’한 청년

 

지난 2월 8일 보험관리 플랫폼 굿리치가 발간한 「청춘 재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응답자들의 66%가 최근 가장 관심이 증가한 콘텐츠 분야로 재테크를 꼽았다. 투자에 열광하는 모습을 일컫는 ‘영끌*’, ‘동학개미운동**’ 외에 청년만을 지칭하는 신조어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등장했다. 우리나라에는 ‘청년개미’라는 말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젊은 개인투자자들을 ‘청년부추’라 부른다. 전문성과 풍부한 자금을 앞세운 기관과 외국인에게 이용당하면서도 계속 자라나는 부추처럼 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청년 투자자들이 ‘로빈 후드’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미국의 주식 거래 중개 수수료 무료 앱 ‘로빈 후드’가 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테크 열풍 속에서 청년들은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식투자에 입문한 지 3년 차가 돼가는 연세대 경제학과 노동현(27)씨는 “코로나 전후로 재테크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변화한 것을 체감한다”며 “친구들과 주식 때문에 연락하곤 한다”고 밝혔다. ESG경제연구소 김영익 겸임교수(서강대·금융경제학)는 “일반적으로 재테크에 참여하는 주요 연령층은 중장년층”이라며 “젊은 층은 축적된 금융자산이 부족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참여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청년 세대가 자산시장에 대거 진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청년 세대가 자산시장에서 보이는 움직임에 대해 ‘투자가 유일한 사다리’라는 분석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청년층 취업난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25~39세 인구 중 취업 무경험자가 예년보다 15%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주거지를 마련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도 꿈꾸기 힘들어졌다.

김 교수는 “1980년대에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에 달했고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는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 남짓이고,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청년을 두고 ‘최초로 부모보다 자식이 가난한 세대’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은 투자뿐이라는 담론이 형성됐다. 경인여대 간호학과 이승희(23)씨는 “코로나19, 낮은 취업률, 저성장, 저금리가 겹치면서 증가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테크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밀레니얼이 ‘돈 벌기 좋았던’ 시장
환경과 가치관 등 다양한 배경 맞물려

 

그러나 재테크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은 ‘사다리’ 담론을 넘어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금융경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는 기업 ‘어피티’의 박진영 대표는 “주식투자가 유일한 사다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로써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밝혔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의 청년층에 비해 소득을 주체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성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新소비 세대와 의‧식‧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두드러지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70%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밀레니얼 세대만의 소비 성향이 주식 열풍에 영향을 준 것이다. 김 교수는 “50년대 말~6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이 자라던 시기에는 국가가 매우 가난했기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는 습관을 지향했다”며 “세대별로 경제활동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만일 코로나19 사태가 1970년대에 발생했다면, 당시 금리가 낮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난 2020년과 같은 청년 재테크 열풍이 있었으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 대표는 “주식에 투자하기 전 스스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밀레니얼의 방식에는 주체적 소비성향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가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유리한 시기였다는 점도 주요한 요인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주가가 급락한 덕분에 큰 손실 걱정 없이 주식에 입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후 시장에 풀린 현금이 실물경제 침체로 인해 자산시장에 몰리며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당시에는 급등하는 종목이 확실했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투자할 수 있었다. 노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대면 활동을 기반으로 한 종목들은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언택트나 혁신 기업들은 주가가 매일같이 올랐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급락했던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정보가 디지털에 친숙한 청년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씨는 “유명 유튜버나 증권사 리서치 센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챙겨본다”며 “쉽고 편하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에 대한 청년들의 폭발적 관심은 이렇듯 경제난과 더불어 이들의 주체적인 소비성향, 시장의 특성, 그리고 디지털 환경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청년 재테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재테크는 단지 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본래 재테크는 ‘재무’에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합성어로, 자산을 관리하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일컫는다. 박 대표는 “재테크란 기본적으로 돈을 이해하고 지키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재테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다리 담론 외에도 다양한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비심리와 저축, 투자 상황 전반을 아울러 살펴야 한다. 경제난 속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스스로의 자산을 운용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영끌: ‘영혼을 끌어 모으다’를 줄인 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자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

**동학개미운동: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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