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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폐지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실검 폐지는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다
  • 김수만(경제·17)
  • 승인 2021.03.21 19:19
  • 호수 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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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만
(경제·17)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표시 서비스’(아래 실검)를 폐지한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하는 측은 실검이 그간 정치 선동 및 무분별한 상업 광고에 악용됐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하는 측은 그것이 언론 보도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실검 서비스가 수행하는 여타 기능은 무시한 채, ‘국민 여론의 대변’이라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지 드러난 여론이 ‘조작된’ 여론인지 ‘진실한’ 여론인지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정말로 실검이라는 여론의 전광판을 없앴을까? 아니다. 네이버는 여론의 전광판을 없애지 않고 교묘하게 살려뒀다. 네이버 뉴스는 지금도 뉴스의 순위를 매기고 있으며, 조회 수 또는 댓글이 많은 순서로 뉴스를 정렬한다. 또 뉴스에 달린 댓글도 ‘공감’과 ‘비공감’ 수를 기준으로 정렬된다. 이것이 특정 기준을 적용해 수많은 검색어 가운데서 몇 가지를 뽑아 순위를 매겼던 기존의 실검과 본질상 무엇이 다른가? 이런 점에서 실검 서비스는 단지 자리를 옮긴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반대 측의 논거는 약화된다. 한편, 우리는 댓글과 그것에 대한 공감·비공감 숫자가 얼마나 조작에 취약한지 잘 안다. 따라서 네이버가 띄우는 여론은 여전히 조작돼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 측의 논거 역시 설득력을 잃는다.

실검 폐지의 이익과 손해를 제대로 따져보기 위해서는 그것이 수행했던 다른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다양한 정보의 진열’이다.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네이버 다이어리)에서 실검 서비스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보를 재화로 간주하면, 사람은 재화를 많이 소비할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므로 정보제공자인 네이버는 정보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것들 위주로 많은 정보를 진열하고 싶었을 것이다.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실검은 정보소비자, 곧 누리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훌륭한 매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누리꾼들의 검색 행태도 많이 바뀌었다. 먼저, 입력되는 검색어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다양해졌다. 또 많은 검색에 개성이 짙게 묻어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검색할 때, 누군가의 지시나 명령을 받아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자율적으로 각자가 관심 있는 것을 찾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특징들은 개인 소유의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것은 정보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졌음을, 다시 말해 그들이 매대에서 찾는 재화의 종류가 엄청나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아직도 실검은 ‘다양한 정보의 진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이 보여주는 것들은 너무나도 적다. 이에 네이버는 매대를 살짝 손봐서 개성 넘치는 누리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려고 노력했다. 실검 창에 띄우는 단어의 수를 늘리거나, 나이·관심사 등을 기준으로 누리꾼들을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눈 후 각 집단에 보여주는 단어를 달리했다. 그런데도 실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이런 조치들로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네이버가 실검을 폐지하고 네이버 데이터랩으로 그것을 대체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시행된 정당한 조치이다.

우리는 시사에 관심이 많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궁금해한다. 실검 폐지로 국민의 여론을 확인하기가 조금 번거로워졌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지 않은가? 무엇을 들을지, 먹을지, 읽을지, 입을지 선택할 때 우리가 찾는 정보의 가치는 결코 실검에 뜨는 정보의 가치보다 낮지 않다. 머지않은 미래에 네이버가 여론은 물론이고, 교양서적, 팝 아티스트, 맛집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그때 가서도 과연 사람들이 ‘실검’을 찾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나’의 복합적인 요구가 반영된 맞춤형 정보 제공 서비스이다.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을 올려 놓을 뿐인 데다, 특정 세력에 의해 진열되는 정보가 자주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매대는 우리한테 필요하지 않다.

김수만(경제·17)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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