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공분케 하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생후 16개월 된 아이를 학대 살인한 양천 사건에 이어 올 2월에는 3세 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구미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100여 차례 이상 상습적으로 원아를 학대한 혐의로 제주 어린이집 교사들이 구속됐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학대 피해 아동 즉각 분리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추가 배치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 이 조치들이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해 자칫 비난 여론을 잠시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학대 아동을 단지 아동복지 관련 시설에 보내거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공무원을 전담자로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성적, 심리적 학대와 방치에 의한 학대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피해 아동은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 장애를 겪어 그 후유증이 성인이 돼서도 계속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피해자는 스스로가 피해자라고 인식하거나 주장하지 못하기에 더욱 방치되기 쉽다. 이에 지난 17일 대법원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범죄의 공소시효를 해당 아동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정지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아동학대 문제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국회에서는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대통령 직속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중대 학대 사망사건 조사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기독인연대, 세이브더칠드런 등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죽음에서 배울 의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 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학대당해 사망한 8세 아동에 대해 2년여에 걸쳐 조사해 발표한 클림비 보고서가 아동보호 시스템을 크게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도 철두철미한 조사를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아동학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근본적 시스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가 일시적 열풍으로 끝나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과 실질적 대안 모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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