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환자 가장 가까이서 돌보지만 정작 보호받지 못해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시대. 이제는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 질 좋은 ‘간병’은 필수적이다. 환자들은 간병인을 구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인다. 그러나 간병서비스에 환자와 간병인,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간병인, 수요는 늘어나지만...
실태 파악조차 안 돼

 

간병인은 식사 및 이동, 대소변 처리 등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일상생활을 지원해주는 일을 한다.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렵지만, 이를 도와줄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환자들에게 이들은 필수적인 노동자다. 환자의 회복에 있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못지않게 간병의 역할이 큰 셈이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연구실장으로 일했던 장보현씨는 “병원에서는 중증환자가 입원하기 전에 간병인을 구했는지부터 묻는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간병 인력의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연평균 4.4%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증가율 2.6%에 비해 빠른 속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17년 28.6%, 2018년 29.3%, 2019년 30.2%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돌봄 노동을 수행했던 가정이 해체되면서, 돌봄서비스 수요는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간병인의 중요성이 나날이 급증하고, 환자에게 필수적인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조명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현재 활동 중인 간병 인력 규모조차 파악이 어렵다. 장씨는 “간병인들은 20만 명으로 추산될 뿐”이라며 “이들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지만 실제로 조사가 이뤄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들이 제도권 밖에 놓여있는 탓이 크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와 비슷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국가보건의료인에 속하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민간영역에 맡겨져 있다. 또한 간병은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서비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은 간병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없다. 이에 간병인은 알선업체인 유료직업소개소(아래 소개소)를 통해 병원 안으로 들어온다. 이처럼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아 간병인은 노동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장씨는 “간병인이 병원의 필수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에서 간병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들은 「근로기준법」의 예외 직종인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돼, 제도권 밖에서 ▲살인적인 노동 강도 ▲불안정한 고용상태 ▲높은 알선 수수료 등에 시달리고 있다.

 

힘들어도 참고 일했더니
돈 떼 가는 소개소?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일하는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건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간병인들은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대신해 필수적인 노동을 제공하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

여태 간병은 ‘일정한 장소에서 유기적인 조직 하에 계속적으로 행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예외 직종인 가사사용인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돼왔다. 이들에게 최저임금과 휴식 시간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장씨가 지난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간병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대일 간병서비스 기준 하루 24시간 일했다고 가정했을 때 9~10만 원 정도의 일급을 지급 받았다. 이는 시급 3천750~4천200 원 정도로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현재 간병인의 임금수준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근무시간도 살인적인 수준이다. 임 교수는 “임금수준이 그나마 높은 곳은 노동강도가 세다”며 “3교대나 2교대 외에도 24시간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간병인들이 과도한 업무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병인은 직업 특성상 항상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인다. 환자나 보호자의 성에 차지 않으면 하루만 간병하고 끝내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 관계자 A씨는 “환자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하루 일당만 받고 끝나는 분도 많다”며 “간병인은 굉장히 불안정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고용보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 간병인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도 아무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간병인 B씨는 “15년이나 일했는데 실업급여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간병인과 환자를 이어주는 소개소는 알선의 대가로 얼마 안 되는 임금에서 높은 수수료를 떼 가고 있다. 「직업안정법」이 알선 수수료를 최저임금의 4%를 넘어서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조차 지키지 않는 소개소가 많다. 일반적으로 소개소를 거쳤을 때 병원에서 간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장씨는 “작년 기준 최대 알선 수수료가 월 7만 6천 원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개소가 8만 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간병시민연대 박시영 활동가는 “간병인 개개인이 자신을 홍보할 수단이 없어 수수료가 높더라도 어쩔 수 없이 업체 통해서 계약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은 악화했다. 병원 측에서는 집단 감염을 우려해 소개소에 의해 ‘인증된’ 간병인만을 요구하고 있다. 장씨는 “간병인 개인 신분으로 환자를 구하는 데 더욱 어려움이 있다”라며 “소개소에서는 높은 수수료를 떼 가지만 정작 간병인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자와 간병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으려면

 

간병인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결국 간병서비스 질의 저하로 나타난다.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박 활동가는 “국가가 책임지고 간병 제도를 관리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환자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간병인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불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일명 ‘보호자 없는 병실’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팀을 이루고 추가로 간병지원인력이 붙어 환자에게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는 간병인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도 전문적인 간병을 받을 수 있고, 간병인은 병원에 소속됨으로써 간접고용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임 교수는 “병원에 직접 고용돼 간병을 담당하는 분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환자들이 받는 돌봄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행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와 함께할 ‘간병지원인력’이 따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간병지원인력을 새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 간병까지 맡겼다. 이는 서비스에 간병지원인력의 조건과 규정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임 교수는 “간호사들에게 간병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서비스가 운영되면 안 된다”며 “간병지원인력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간병을 「의료법」상 공식적인 서비스로 명시하고 간병지원인력을 증원한 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임 교수는 “전문적인 의료를 담당하는 간호사와 별도로 일상생활 지원을 담당하는 간병지원인력이 충분히 확보될 때 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차선책을 통해 간병인들의 노동환경이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소개소 규제 및 단속 강화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에 대해 한시적 지원 등이 차선책으로 제시된다. 장씨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불법 소개소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알선업무만 담당하는 중간업체가 높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당장 고용보험을 적용받는 것은 어렵기에 한시적으로 국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간병노동자의 문제는 간병인 양성과 관리, 잇따르는 비용부담 등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기에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뷰 도중 하나같이 “멀게만 느껴져서는 안 될 문제”라며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간병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간병인들의 문제, 먼발치에서 지켜볼 때가 아닌 이유다. 간병노동자 20만 명 시대. 논의의 시작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글 정효원 기자
remiwon@yonsei.ac.kr

사진 노민지 기자
roe09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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