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없는 머리는 객관적이다

박승원 (국제관계·19)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 전관예우. 그것이 가능한 변호사는 모두 검사 출신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도 예우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재판은 공개되고, 양형 표가 있는 한, 판사 측에서는 봐주지 못한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줄을 대야만 제대로 된 ‘예우’를 받을 수 있다. 기소권은 검찰에 있어 핵심적인 권력의 원천이다. 법원은 진실을 밝히는 공간이 아니다. 형사상 법원은 검찰의 기소 사실이 합당한지 아닌지 결정하는 공간이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만이 법원에서 심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구조 상,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사법부다. 헌법은 사법부에 대해 ‘법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는 힘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에 있다. 국회의원은 범죄 관련 문제가 생기면 검찰을 찾아간다. 판사의 판결보다도 검찰의 수사 결과와 기소 여부가 권력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런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기관을 견제할 기관은 없다. 

검찰의 가장 큰 권력은 기소권에 있다. 검찰이 기소권만 가진 것은 아니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했다. 한 기관이 수사와 수사 감독을 하고, 그 내용을 기소할지 말지 저울질도 한다는 뜻이다. 한국 검찰의 권력은 ‘수사권을 업은 기소권’에서 나온다. 수사권은 크게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으로 나뉜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검찰이 가진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법리적 사실 위반 등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 되는 것은 직접수사권이다. 검찰은 독자적 수사를 할 수 있는 직접 수사 권한과 검찰청 전체 인력의 60% 이상의 수사 인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통제할 기관은 없다. 많은 매체에서 직접수사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 경찰과의 지휘권 권한 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는 수사, 기소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부패 제어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직접수사권 폐지만이 해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수사를 진행한 검사가 기소한다면, 기소에 있어서 객관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특성상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범죄들에는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 항상 중립적인 태도로 기소 여부를 다뤄야 할 집단이 확증편향에 빠져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중립적이지 못한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면 부패는 당연한 일이다. 

직접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면, 검찰 부패의 해결책은 아마 견제기관 설치일 것이다. 가장 유력한 예시로 프랑스의 예심판사가 있다. 그러나 예심판사와 같은 방식의 견제 방법은 한국에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프랑스의 예심판사는 검찰 소속이다. 한국 검찰은 검찰 소속이지만 판사와 동일한 위치에 있는 프랑스 예심판사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고자 판사의 권한을 주는 것은 견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예심판사를 둔 사법 체계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경우는 전체 형사 사건의 5% 미만에 그친다. 검사의 역할은 기소와 수사 지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 구성원 1만 명 중 검찰수사관은 약 6천 명으로 직접 수사 비중이 크다. 견제기관을 만들기에는 막대한 인력이 필요할뿐더러, 만들어져도 복잡한 수사체계로 범죄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검찰개혁은 직접수사권을 줄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립적이지 못한 권력은 위험하다. 한쪽으로 치우친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부패한다. 검찰의 과도한 권력은 한국의 사법 정의를 망가뜨리고 있다. 수사권 조정은 범죄 수사나 기소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직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수사권보다 간접적 권한인 수사지휘권에 집중함으로써 유럽 검찰이 구상했던 ‘팔 없는 머리’가 돼야 한다. 개혁은 검찰이 객관적이고 공익을 대표할 수 있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객관화된 검찰만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며,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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