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숙 교수 (우리대학교 한국학협동과정)

얼마 전, 영화 『미나리(Minari)』가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을 때, 축하에 앞서 화제가 된 것은 수상 분야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영화는 한국인의 미국 이민을 다뤘기에 한국과 미국의 배우가 출연했고, 한국어로 대화하는 이민자 가족의 리얼리티를 구현했다. 감독인 리 아이작 정(Lee Issac Chung)은 국적이 미국이며, 제작사는 미국회사 플랜B다. 대사의 50% 이상이 외국어이면 외국어 영화로 규정한다는 골든글로브의 방침에 따랐다지만, 수상 분야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격렬히’ 회의적이었다. 이주와 이민을 통해 전 지구적 이동성이 확산되는 연결 사회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이 여전히 ‘정통 규범’으로 작동하면서 문화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퇴행성에 대한 비판이 글로벌 차원에서 ‘폭발’한 것이다.

문제적 현상을 2021년 그래미어워드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을 통해서도 경험하게 된다. 「Dynamite」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진입했을 때, Times 인터뷰에서 BTS의 리더 RM은 “한국의 소년들이 영어로 부른 노래가 과연 K-POP인가, K-POP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스스로 그 답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뒤이어 BTS가 한국어로 부른 「Life Goes On」이 다시 빌보드 1위에 올랐을 때, K-POP의 정의는 답을 찾았다기보다 더욱 의문을 증폭시키면서, 질문 자체의 정당성을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된다.

위의 두 현상은 국적과 언어, 인종의 배타적 구분이 더 이상 문화 현상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유력한 도구일 수 없음을 시사한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며 시시각각 유동하는 ‘액체성’(지그문트 바우만(Zigmunt Bauman)의 ‘Liquid Modernity’ 개념을 차용)을 구현하지만, 문화를 인식하고 설명하는 사고와 개념, 방법론적 틀은 여전히 ‘고체(Solid)’ 상태의 ‘과거-형식’에 고착돼 있다. 당연히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물에는 질료, 채색, 디자인, 제작, 유통, 투자, 소비 차원에서 다국적, 다인종, 다언어, 복합 장소성이 매개된다. 이른바 사물에 집약된 세계화 현상이다. 사람의 이주와 이동을 통해 전 지구적 연결성과 문화 복합성이 강화되는 시대에, 언어, 인종, 국적, 문화의 혼종성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보편적 현상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미나리』와 방탄소년단이 서구권에 K-CULTURE의 역량을 알리고 문화콘텐츠의 전 지구적 복합성을 사유하게 한 이슈가 일회성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의 보편적 논제이자 한국학의 새로운 의제가 되는 이유다.

세계는 빠르게 연결되며 복합적, 다층적 차원의 문화를 참조하면서 역동적으로 재구성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세계의 물리적 이동성이 제한됐지만,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세계문화를 자국의 현장에서 흡수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K-DRAMA 『킹덤』 시리즈는 글로벌 시청자에게 궁궐, 갓, 호미,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를 알렸고, ‘좀비-권력’에 대한 성찰을 공유하게 했다. 최근 방영된 K-DRAMA 『철인왕후』의 원작은 중국의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太子妃升职记)』로,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를 합성한 신조어)’한 사극 캐릭터의 전형을 비틀어 유머러스한 ‘현대-전통’의 만남에 대한 아시아적 공감각을 형성했다. 

이제 세계의 어느 한 지역에서 누군가 만든 노래, 영화, 드라마, 문학/예술작품, 심지어 한마디 말조차 공감의 동력을 타고 와이파이를 통해 전 지구적 경험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 과연 고정된 시선으로 문화 주체와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틀이 지속 가능한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한국(인)은 세계화 시대의 모든 주체가 경험하는 연결성, 이동성, 문화 복합성의 충돌과 자극, 만남을 현장론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K-CULTURE의 역량은 세계문화의 자산이며, 그 역 또한 진실이다. 

오늘의 한국학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학적 응답의 책임을 요청받고 있다. 한국학은 한국적 요소가 매개돼 새롭게 형성-창조되는 지구화 시대의 새로운 의제를 창의적이고 실질적 방법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동시에 바로 그 이슈를 보편적 질문으로 재구성해 전 지구적 학문 주체 및 세계 시민과 소통하며 답을 찾는, 한국발 인문학의 탄력적 구성체다.

우리대학교 한국학연계전공의 경우, 수강생의 국적은 90% 이상이 한국인이지만, 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의 경우, 한국인과 외국인의 비중은 51:49다. 이들 중 상당수가 K-CULTURE의 ‘마니아’로 출발해 ‘한국학 전문가’가 되기로 진로 선택을 한 케이스로, 한국발 의제를 세계 보편의 학문 의제로 제출하는 학적 도전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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