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은 전문대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전문대의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국 136개 전문대 가운데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100% 등록률을 달성한 대학은 26개교에 그쳤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전문대는 등록금 수입이 줄어 재정이 악화된다. 학생 수가 부족해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부의 대학평가에서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가 ‘신입생 충원율’이기 때문이다.

전문대의 존폐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49만여 명으로 대학 정원인 56만여 명에 비해 크게 적었다. 위계화된 고등교육 구조 속에서 4년제 일반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하므로 2~3년제 전문대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수의 비중은 2010년에 일반대 44.5%, 전문대 30.2%에서 2019년에는 각각 49.6%와 25.5%로 격차가 확대됐다.

고등교육의 획일화는 곧 우리나라 교육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등교육법」에는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반대와는 달리 전문대를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사회대학(Community College)이나 호주의 기술계속교육대학(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처럼 우리나라 전문대도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고등교육기관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할 일을 다하지 못하는 셈이다. 모든 국민이 삶의 가치와 사정에 맞게 교육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고등교육기관이 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대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학령인구에 기반한 전통적인 입학자원에만 의존하는 기존 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와 계속 배워야만 하는 평생학습 시대에 비전통적인 성인교육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심각한 위기를 겪는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장벽을 찾아 제거하고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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