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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①] 쉽게 말해진 ‘지방대 위기’대학의 위기 바라보는 세심한 관점 필요해
  • 이연수 기자
  • 승인 2021.03.08 01:39
  • 호수 63
  • 댓글 0

오래 예측돼온 위기가 현실이 됐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비관이 오가는 동안, 실제 많은 지방대학이 문을 닫았다. 입시 철마다 학령인구* 감소가 논해지는 동안, 지방대학 구성원의 긴장감은 커졌다. 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격차만 커질 뿐이었다. 왜 우리는 지방대 위기를 예측하고도 피할 수 없었을까. 지방대 위기를 논하며 놓친 지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하고 있다’

2021년 만 18세 학령인구는 47만 6천 명으로, 이는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은 숫자다. 올해 처음으로 만 18세 학령인구가 입학정원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지방대학이 직격탄을 맞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지방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은 2.7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 대학 정시모집 경쟁률 4.8대 1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시모집에서 수험생 1인당 최대 3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시 모집 인원을 다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대학 폐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서해대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서해대 폐교에 이변이 없다면 17개의 지방대학이 문을 닫은 것이다.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아래 대교연) 추계 결과는 폐교가 가속될 것을 시사한다. 2020년 발행된 대교연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4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95% 이상인 지방대학은 한 곳도 없을 전망이다. 나아가 신입생을 절반도 모집하지 못하는 지방대학도 10곳 중 1곳으로 추정된다. 미충원 문제는 ‘학생 충원율’을 지표로 하는 대학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져 재정에도 타격을 준다. 지방대학의 학생 미충원은 폐교로 이어짐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의 상황은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해결하기 위한 대응 또한 이뤄졌다. 교육개혁위원회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1994년에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가 논의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자 1998년에 대학 구조조정이 정부 정책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구조조정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돼 현재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령인구 감소는 지속됐고 지방대 위기로 이어졌다.

부실한 지방대는 폐교가 마땅하다?
경쟁 논리에 가려진 지역 불균형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선 그동안 지방대 위기가 어떻게 조명됐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지방대학 폐교 보도에 달린 댓글들은 지방대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시사한다. ‘대학 폐교는 시장에서 수요가 없기 때문’, ‘지잡대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댓글에 공감이 이어졌다. 수험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도 비슷하다. 지방대 폐교를 논의하는 글에 ‘역량이 되는 대학만 살아남는 것’이라는 이견 없는 답들이 적혀 있었다.

유사한 관점은 정부의 재정 지원 정책에도 담겨있다. 대교연 임은희 연구원은 “평가와 경쟁을 통해 대학 재정지원 정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육여건, 학사관리 등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며, 이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이 낮을수록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정원 역시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교육부가 아닌 타 부처의 지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대교연의 대학 재정 지원 분석에 따르면, 교육부 외 타 부처 지원액 중 41.3%가 상위 10개 대학에 투입됐다. 분석 보고서는 “철저히 평가와 성과 위주의 재정 지원”을 지적하며, “일반지원이 서울에 소재한 대규모 대학에 심각하게 편중돼 있다”고 정리했다. 임 연구원은 “정부가 지방 육성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상 수도권 위주 정책이 이뤄졌다”며 “이는 성과 위주로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과 지방을 동일선상에 두는 경쟁 논리는 지역 불균형을 포착하지 못한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인구의 밀집은 수도권에 편중된 인프라와 기회를 방증한다. 이러한 지역 불균형은 대학에도 영향을 줬다. 학생들 역시 더 많은 인프라와 기회가 있는 수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학생 모집의 어려움은 지방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교원 초빙의 어려움, 연구 역량 감소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대해 원광대 미술과 조은영 교수는 “균형발전 실패를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지역대학들과 지방 도시들이 떠맡는 꼴”이라 분석했다.

이처럼 대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 그러나 평가와 성과 위주의 관점에서 지역 불균형은 가려진 채 논의된다. 임 연구원은 “지금의 평가 방식은 누적된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사이의 역량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조 교수 또한 “수도권 중심 체제하에서 지방대는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능력 없는 지방대학의 위기와 폐교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가 왜 대학의 위기가 아닌 ‘지방대 위기’로 이어지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역 불균형 역시 지방대 위기의 주요 원인이지만 경쟁 논리 속에서 지워진다.

쉽게 말해진 위기 속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

지방대 위기가 해결되지 못한 채 이야기되는 동안, 제자리걸음 중인 논의가 있다. 폐교 대학 구성원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17개 대학의 폐교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폐교 대학 구성원의 사후관리도 점차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회적협동조합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의 이덕재 원장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폐교 대학 사후관리와 관련해 「사립학교법」과 「한국사학진흥재단법」이 개정됐지만, 폐교 대학 구성원은 여전히 어려움을 마주한다.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으면 재학생은 어떻게 될까. 폐교 대학 학생은 주변 학교로 특별 편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별 편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체대를 졸업한 조은호(25)씨는 총 세 개의 대학을 다녔다. 첫 번째 학교는 지난 2018년 폐교된 한중대였다. 조씨는 당시 한중대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한중대가 폐교되면서 조씨를 포함한 8명의 태권도학과 학생이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로 편입했다. 한중대 교수로부터 편입 후 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유원대에 태권도학과가 개설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태권도학과 설치는 무산됐다. 조씨는 “편입 후 태권도 동아리로 활동하면서 학과 개설을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학교 측에서 태권도학과 개설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결국 조씨는 유원대를 자퇴하고 일반 편입을 통해 한국체대에 들어갔다. 함께 편입한 학생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교육부, 학교 그 누구도 폐교 이후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조씨는 “되돌아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특별 편입 제도 자체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원장은 “특별 편입과 관련해 교육부에서 공문을 보내올 뿐”이라 설명했다. 지난 2012년 폐교한 성화대 교수였던 이 원장은 “폐교 당시 다른 교수들과 나서서 학생들을 편입시키고 지도했다”며 “이를 통해 60% 정도 편입을 이뤘다”고 전했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명신대·성화대·벽성대 학생 중 44%만이 특별 편입에 성공했다. 교수들이 발 벗고 나선 성화대는 상대적으로 많은 학생의 특별 편입을 성사시킨 것이다.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다수 재학 중이던 동부산대 생활도예과 역시 교수들이 직접 편입 대학 물색에 나섰다. 특별 편입이 가능한 대학 중에서 학제와 여건이 맞는 대학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동 거리를 감당할 수 없어 특별 편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전공 유사성, 졸업 요건, 학비, 이동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알맞은 학교로 편입하기란 쉽지 않다. ‘특별 편입이 가능하다’ 뿐인 단편적 방식으론 학습권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교직원은 일자리를 잃는다. 지난 2018년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11개 대학이 폐교하면서 교원 763명, 직원 257명이 실직했다. 파악되지 못한 비전임 교수를 포함하면 실직자 규모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폐교된 서남대 교수였던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주용기 연구교수에 따르면, 62명의 전 서남대 교수를 조사한 결과 5명만이 전공에 부합하는 재취업을 했다. 더 큰 문제는 교직원의 미지급 급여다. 체불된 임금을 지급할 대학이 사라진 것이다. 한중대의 경우 2019년 기준 체불 임금이 448억 원에 달했다. 이 원장은 “교직원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할 명시적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위기를 바라보는 경쟁 논리는 쉽고 간편하다. 역량이 없는 대학을 폐교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 과정에서 지방대학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쉽고 간편한 논리 속에 지역 불균형이 빠져있다. 폐교대학 구성원도 고려되지 않는다. 대학의 위기를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 불균형과 폐교대학 구성원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

*학령인구: 대학 입학 인원을 예측할 수 있는 만 6세에서 21세 사이의 인구를 의미한다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지난 2020년 폐교대학 교원들이 주축이 돼 출범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글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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