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생협 학생 대의기구, 변화 필요해

지난 2020년 11월, 우리대학교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에서 판매하는 김밥 가격이 인상됐다. 밥과 재료의 양을 늘려 학생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장상우(화공생명·19)씨는 “김밥이 갑자기 비싸져서 놀랐다”며 “지금과 같은 가격이라면 이전처럼 자주 사 먹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생협과 학생들 사이의 동상이몽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협이 운영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은 생협 학생위원회와 학생 대의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학생 대의기구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생협과 학생 사이 중간다리, 생학위… 
이상 무(無)?

 

일반 학생들의 의견이 생협에 잘 전달되기는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의 참여 활성화를 목표로 한 생협 학생위원회(아래 생학위)가 존재한다. 생학위는 학생 조합원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하고, 여러 생협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등 생협 관련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생학위도 ▲학생들의 관심 저조 ▲대표성 부족 ▲비대면 학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학위는 학생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아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학위원장 장찬(경제·18)씨는 “설문조사를 진행해도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생학위는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을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의 응답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장씨는 “학생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수집하려 하면 피드백의 양이 줄어들고, 단순한 설문조사는 표본은 많지만 끌어낼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생학위의 구성 측면에서 대표성 문제도 짚어볼 수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 제14장 제90조에 따르면 생학위의 인준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 심의하고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 의결한다. 따로 선거를 거치지 않고 매 학기 수습위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생학위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대표성이 부족한 기구는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생학위 활동이 전보다 축소됐으나, 생협 관계자 A씨는 “선거를 통해 뽑힌 대표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요구할 만한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생학위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확운위 참여가 어렵다는 것 등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며 “생협과 학생 사이에서 학생회도 아닌 생학위가 어떤 위상을 차지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생학위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장씨는 “생학위는 주로 대면 활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단체”라며 “대면 활동 제한 때문에 수습위원 모집에 차질이 생겨 원활한 활동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생학위는 생협 매장에서 QR코드를 부착해 학생들의 설문 참여를 독려하고 부스 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지만, 비대면 학기 중에는 해당 활동들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학생 대의원, 있으나 마나?
 

한편, 학생들이 생협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대의원이 되는 것이다. 대의원은 생협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의원 선발 과정 ▲대의원 활동의 실효성에서 문제가 지적된다.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정관」 제4장 제26조에 따르면 대의원은 조합원의 선거를 통해 단위별로 선출하며, 교원, 직원, 학생 각 30명과 대학원생 25명, 생협 직원 3명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정관과는 다르게 현재 학생 대의원 선출 과정에서 선거는 이뤄지지 않고,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학생 대의원을 파견한다. 총학생회장 최은지(노문·18)씨는 “총학에서 학생 대의원 30명을 추천한다”며 “중운위 의결을 통해 단위별로 인원을 배분해 파견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현실적으로 대의원을 선거로 뽑기는 불가능하다”며 “그렇기에 총학이 대의원을 대신 선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에서 생협 대의원은 자발적 업무가 아닌, 학생 대표의 임무처럼 변질했다. 대의원총회에 학생 대의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재학생 B씨는 “단과대 내에서 각 과반 대표자 중 생협 대의원을 모집했다”며 “할당된 인원수는 채워야 하는데 자원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B씨는 “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되는 회계 자료 등을 보고도 깊이 있는 의견을 내기가 힘들었다”며 “이 밖에도 생협 운영 등에 대해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차출’된 대의원이 일반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전문적인 생협 운영 관련 내용을 다루기에 발생한 한계다. 

또한 학생 대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도 많지 않다. 학생 대의원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1년에 한 번 대의원총회를 통해 생협의 운영을 확인하고 승인해주는 과정을 거치지만 요식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며 “대의원총회 참석률도 점점 낮아지고 참석자들이 말을 많이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생협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해 대의원 선거를 진행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대의원들의 권한이 축소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협동’ 잘 되는
생활‘협동’조합이 되려면 

 

결국 생학위와 대의원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이에 생협 활동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프리미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A씨는 “학생들의 충성도를 높이려면 많은 인력을 동원해 많은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공감하면서도 “생협이 지속 가능한 정도로만 수익을 남기는 저마진 구조라 그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대학교 생협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서울대 생협의 조합원 마일리지 제도와 학생 대의원 공개투표 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 서울대 생학위는 조합원들에게 조합원 마일리지를 제공해 생협을 향한 관심을 환기한다. 조합원에 대한 마일리지나 수익 환원 제도가 전혀 없는 우리대학교와 사뭇 다른 실정이다. 또한 서울대 생협의 학생 대의원은 공개모집을 통한 투표로 선출된다. 서울대 생협 관계자 C씨는 “기존에는 총학 주관 아래 모집 공고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으나, 총학이 없는 2021년에는 생협 주관으로 대의원 모집을 공고했다”고 부연했다. 서울대 생협 학생 대의원은 총 50명으로, 60명인 우리대학교 대의원보다 적은 정수지만 투표로 선출된다. 우리대학교보다 학생 대의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생협 운영 참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구조다. 

그런 한편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 생협 조합원 수는 전국 대학교 생협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A씨는 “다른 대학교 생협에서는 학생들 의견 수렴을 두려워해 일부러 학생 대의원을 많이 확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생협에 관심을 가진다면, 생협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29일 법인화의 첫 삽을 뜬 생협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줄어들자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 소비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학생들의 의견이 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글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김서현 기자
bodo_celeb@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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