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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된 20학번, 학생사회 명맥 이을 수 있을까20학번의 경험 공백이 학생문화 단절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 정희원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3.07 19:08
  • 호수 1866
  • 댓글 0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고, 연세에도 새로운 구성원들이 생겼다. 20학번 학생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대면으로 새내기 생활을 보냈고, 대면 행사 및 학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20학번들이 후배를 맞고 학생 자치 단체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가 되면서 학생사회와 학생 자치 문화에 혼란이 찾아오고 있다.

20학번 학생 대표자, 경험 없이도 괜찮니?

갑작스러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아래 OT) 등의 행사를 경험하지 못한 20학번이 학교생활을 이끌어가게 되면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다. 행정학과 학생회장 김지웅(행정·20)씨는 “새내기 대상 행사인 정모, 비정모, OT 등 행사에 새내기로서 참여해본 적이 없어 새내기들의 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웠다”며 “전대 회장단도 비대면 학사 일정을 처음 겪었기 때문에 비대면 행사 진행 관련보다는 대면 행사 진행 시 유의점들을 중점적으로 전달받았다”고 고충을 전했다.

한편 식품영양학과 학생회장 이태현(식품영양·20)씨는 “20학번들은 대학교 생활을 익히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때문에 비대면 상황에 어떤 조언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고 비대면 맞춤형으로 OT를 기획하는 것도 수월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행사들에 대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상황이 나아져 20학번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대면 행사들을 진행하게 될 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면 활동 중심으로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20학번으로 인수인계되지 못하고 지난 2020학년도 대표자들이 연임하는 경우도 있다. 경영 3반 비상대책위원장(아래 비대위원장) 김나영(경영·19)씨는 2020학년도에 이어 또다시 반의 대표자가 됐다. 김나영씨는 “OT를 비롯한 여러 행사를 참여해보지 못한 20학번들은 학생회의 구조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했다”며 “19학번이지만 20학번 후배들의 경험 부족을 우려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회칙 등으로 학생회 활동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단과대나 과·반 단위 활동과는 달리 동아리 활동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대면 활동을 하지 못한 20학번들이 동아리 활동을 이끌게 되며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중앙 클래식기타 동아리 오르페우스 회장 조은찬(사학·20)씨는 “작년 한 해 동안 몇 차례 진행된 기타 레슨을 제외하고는 MT, 연주회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지 못해 기존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는 ZOOM을 통해서 연습을 진행하는 등 오랜 역사 동안 가져왔던 동아리의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20학번 구출 작전에 나선 학생사회

총학생회(아래 총학)에서는 새내기 행사를 일절 경험하지 못한 20학번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총학이 개최한 OT ‘연:결고리’의 3부 ‘고:생했어 2020 #정든내기 라디오’에서는 20학번들의 비대면 수업 사연과 21학번에게 보내는 편지를 수합해 공유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OT기획단장을 맡은 부총학생회장 박현민(행정·19)씨는 “20학번을 위한 OT를 준비해 소속감을 고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정보 전달보다는 공감대 형성에 목적을 두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밌는 콘텐츠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별도의 정보 제공도 이뤄졌다. 지난 2월 27일 진행된 총학 2차 정례브리핑에서 총학생회장 최은지(노문·18)씨는 “새내기를 맞이하게 될 20학번 정든내기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신촌 새내기들을 위해 마일리지 수강신청 정보를 안내하고, 신촌캠 학식 및 카페 지도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OT 시즌에는 ‘신촌 새내기’로서의 20학번을 위한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둔 것이다.

20학번 대표자들의 업무를 돕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총동아리연합회 비대위원장 우종욱(IS·17)씨는 “20학번 동아리 임원진 입장에서는 운영이 특히 어려울 것 같다”며 “4월까지 중앙동아리 대표자 매뉴얼을 제작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학 역시 대표자가 될 20학번들의 경험 공백을 우려해 지난 2월 1일 ‘연학:연세 학생회 OT’(아래 연학OT)를 진행했다. 연세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해당 행사에서는 총학생회 소개 및 회칙 설명을 비롯해 행사 가이드라인 공유 등의 활동이 이뤄졌다. 연학OT에 사용된 책자는 총 134페이지로, 학생사회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들이 담겼지만 외부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박씨는 “연학OT에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했다”며 “책자는 당시 참석자들 대상으로 공개됐으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학번 대표자들의 업무를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체 학생 문화가 이어지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학OT도 취지는 좋았지만 이미 학생회로 뽑힌 확대운영위원들 위주로 홍보 및 참여가 진행돼 일반 학우들이 소외된 부분은 아쉬움을 남겼다. 코로나19를 겪은 첫 총학생회장인 권순주(기계·16)씨는 “수십 년간 여러 선배를 거쳐 형성돼 온 우리의 문화가 허탈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깊게 고민했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는 문화 퇴색을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권씨는 “자주적으로 형성해왔던 문화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선후배 간 교류를 늘리는 데 주력하면 자연스럽게 학생 문화가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연세 학생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많은 기층단위 학생회와 동아리들이 20학번의 경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학번의 경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내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결국 학생사회의 문화가 완전히 단절될 수도 있다. 그간 학생들이 지켜온 문화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김민정 기자
bodo_elsa@yonsei.ac.kr

그림 박소연

정희원 김민정 기자  bodo_damb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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